생각보다 취미가 잘 맞았다.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니 시합에도 나가게 되었고, 더 나아가 관련 자격증과 세미나를 들으며 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갔다. 알고 지내던 강사분이 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를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두 가지를 병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웨이트가 대근육 위주의 트레이닝이라면, 필라테스는 속근육과 전신 코어에 더 집중하는 운동이다. 두 가지를 함께 하면 시너지가 날 거라 믿었고, 그래서 필라테스 강사 교육도 수강했다. 무엇보다 사람의 몸을 이론으로 배우고, 그걸 실제 수업에 적용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이 시기는 코로나가 막 터진 직후였다. 회사원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했고, 동시에 공부도 병행했다. 실내 체육시설 규제가 심하다 보니, 운동 강사들은 공장이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규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사이드잡으로 트레이너 일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운동 방법만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했어서 늘 자세 설명만 하기 급급했었다. 회원님들의 컨디션 관리, 동기부여, 공감대 형성과 같은 어쩌면 더 중요한 부분들을 놓쳤던 것이다. 결과는 금세 드러났다. 수업 횟수가 끝나면 회원님들은 대부분 떠났다. 지금 돌이켜보면, ‘운동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였다.
퇴사 후 전업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수업이 끝나면, 그날의 운동 내용을 정리해 카톡으로 전달했다. 예전이라면 단순히 운동 방법론만 구구절절 썼다면, 이번엔 개개인의 체형과 컨디션, 운동목적, 칭찬과 격려와 같은 문구도 넣어주면서 작은 피드백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웨이트를 가르치다 보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오는 회원님들이 많았다. 하지만 기존의 보디빌딩식 운동은 한계가 있었다. 몸의 미관적인 부분은 강조할 수 있지만, 밸런스, 코어 강화, 협응력, 순발력, 심박수, 퍼포먼스 향상까지는 제대로 지도하기 어려웠다. 진짜 잘 가르치는 강사는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자재로 수업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초보 시절에는 기구에 의존을 많이 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초 움직임을 먼저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골반 정렬이 무너진 회원님이라면, 본 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골반 움직임 인지, 힙힌지 동작 연습, 고관절 유연성 스트레치 같은 과정부터 선행했다. 그런 뒤 단계별로 시퀀스를 구성해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그렇게 하나씩 쌓다 보니 6개월 이상 꾸준히 수업에 오시는 회원님들이 늘었다.
하지만 어느 날, 예고 없이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아 해고 통보를 받았다. 급하게 여성 전용 그룹 PT샵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도 나와 잘 맞지 않았다. 7개월 정도 일하고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생각이다.
이 센터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온 강사들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크로스핏, 축구, GX 출신의 강사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초반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난생처음 접하는 운동들이 많았다. 불가리안 백을 이용한 운동, 월볼샷, 보수볼, 사다리 스텝 운동 등, 그동안 기구와 바벨, 덤벨로 고립식 운동만 지도해 온 나에게는 모든 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새로운 배움도 있었다. 취약했던 맨몸 운동, 유산소 서킷 트레이닝, AMRAP, 크로스핏 스타일의 운동 등을 배우면서 내 트레이닝 스펙트럼은 훨씬 넓어졌다.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자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