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에 대학을 막 졸업한 나는 친구들이 하나둘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롯데월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롯데월드 아르바이트.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그때는 아직 사회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잠실역에 내려 지하도를 따라 걸으면 어릴 적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손님으로만 오던 곳에, 성인이 되어 일하러 온다는 게 묘한 기분이었다. 로비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회전목마 앞에 우뚝 선 시계탑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른 아르바이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테마파크만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게 마치 놀러 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퇴근 후에는 동기들과 놀이기구를 타기도 하고, 밤마다 불꽃놀이나 공연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때 만났던 인연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20대 초반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하나둘씩 결혼을 하고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 롯데월드에서 일하면서 모은 천만 원으로 경찰시험을 준비했다. 살면서 최선을 다해본 기억이 없었다. 고3 때도 우울증이 와서 공부를 아예 놓아버렸기에 이번에는 떨어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1년을 버텼다. 핸드폰은 정지시키고 주변 연락은 전부 끊어버렸다. 새벽 5시에 눈을 뜨면 반사적으로 일어나 빠르게 밥을 먹고 첫차를 타러 나갔다. 지하철 안에서는 항상 단어장이나 한국사 책을 들고 외우면서 갔다. 노량진에 도착하면 새벽 6시 반, 거기서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오면 밤 11시.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1년 365일동안 내가 밟은 땅은 집에서 수유역 1번 출구까지 가는 길과 노량진 거리뿐이었다. 정말, 나한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결과는 좋지 못했다. 가채점을 해보니 점수가 형편없었고, 과감히 수험생활을 끝냈다. 지난날처럼 높은 텐션을 유지하며 공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독하게 했던 만큼, 포기도 빨랐다. 솔직히 앞으로도 저 정도 각오로는 다시 수험생활을 못할 것 같다. 나와 같은 시기에 공부하던 사람들은 끝까지 버티며 몇 년을 노량진에서 보내더니 결국 경찰이 되었다. 그 후 나는 1년 넘게 패배주의에 빠져 살았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그만큼 패배감도 더 크게 다가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일 필요는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경찰시험을 정리한 뒤 곧바로 자격증을 취득했고, 건설회사 하청업체에서 경리 일을 시작했다. 그때 알게 된 분 덕분에 운좋게 건설회사에 입사 할 수 있었다. 헬스를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 퇴근 후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운동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헬스장을 등록했는데,꾸준히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됬다. 그런데 의외로 운동이 잘 맞았다. 1년은 혼자 운동하다가, 2년 차부터 PT를 받으며 제대로 배워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