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3)

안 본 눈 삽니다

by 든든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연말이되면 나에게 한 가지 소원이 생겼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잠에 드는 것이다.


늘 8시에 잤던 나에게 12시까지 버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할 일이 없어서 지루하기에 그나마 티브이를 보았는데 나는 티브이를 보면 쉽게 잠이 든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제야의 종소리를 제대로 들은 건 12살 정도 되어서였다. 듣고 나니 별거 아니어서 허무했다.

경험해 보기 전에는 모든 게 다 새로운 법이라고 생각이 든다.


10시 넘어서 pc방에 가기, 노래방 가기, 술 마셔보기, 친구들끼리 여행 가기 등 어른이 되고 나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었다.

20대 초반까지는 모든 게 재밌었다. 오늘만 사는 느낌으로 사는 감성이랄까.


그런데 어느샌가 놀고 싶은 열정도, 욕심도 사라졌다.

이제는 밤에 조금이라도 늦게 자면 '아 내일 피곤하겠다'부터 생각이 든다. 규칙적인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아직 젊은 나이긴 한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ㅠ)


어른이 되는 건 이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점점 사는 게 무료해지는 느낌이다. 도전보다는 안전이 우선이 되고, 단순 재미보다는 어떤 이익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를 책임지고,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짐의 무게가 이렇게나 무거운 줄 몰랐다.

짐을 들어보고 나서야, 짐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보였다.


인생은 참 게임 같다.

rpg게임을 처음 하면 모든 게 새로워서 재밌게 느껴진다.

성장속도도 빠르고, 맵도 자주 바뀐다.

그러다 중간 레벨이 되면 변화가 점점 적어지고, 성장속도도 더뎌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때쯤 그만둔다. 재미없는 시기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만렙까지도 가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도 이제는 초반단계는 넘었나 보다.

옛날 메이플 기준으로, 2차 전직하고 나서도 여전히 1차 스킬을 쓰는 클레릭이나 전사 같은 느낌일까.

변할 줄 알았는데 똑같고, 오히려 지루해진 느낌.


그냥 그런 시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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