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프롤로그

by 장발그놈

나의 20대에 햇살은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햇살이 저무는 저녁 노을이 더 좋았다.

밝은 낮보다 향락의 밤을 사랑했고, 눈부신 빛보다 깊은 어둠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마치 시크함의 모습인 양, 어둠 속에서 방황하던 나 자신을 멋지다고 여겼다.


그때는 생각했다.


어두운 20대의 동굴을 지나면 자연스레 밝은 30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지금 돌아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막연한 기대였다.

마치 아무런 노력 없이도 내 앞에 환한 빛이 펼쳐질 것이라는 순진한 착각.

그러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그 막연한 기대가 부서지고 난 후에야 나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40대가 된 지금, 나는 아침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햇살이 좋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마음을 녹이는 그런 햇살.

이제는 힘든 하루 끝에 창가에 기대어 눈을 감으면 살며시 스며드는 햇살을 떠올리며,

나를 깊은 늪으로 끌고 가는 어둠을 피해 더 구체적이고 작은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다.


과거의 나는 현실이 어둡다고 더 깊이 어둠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율배반적이게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밝아질거라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보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어둠을 핑계 삼지 않고, 더 밝은 햇살을 지향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나를 비추는 햇살은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하고 그 햇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


그리고 그 노력이 쌓여가기에 다행이다.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고,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