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가 태권도를 하원한 후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시간이면,
자연스럽게 놀이터로 향한다.
방학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피그의 '사회생활'을 관찰할 기회다.
놀이터에 들어서자,
친구들이 "피그다!" 하며 달려온다.
그렇게 피그를 에워싸고 반겨주는 모습에
나도 괜히 뿌듯해진다.
유치원 선생님께서는 늘
"피그는 인기가 많아요"하셨지만,
정작 피그는 "난 인기 없어.."라며
시무룩하기에 걱정했는데
역시 육아의 절반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또 한 번 깨닫는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그날 저녁.
카우씨가 머리가 아프다며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누웠다.
그 모습을 본 피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니
이내 입술이 일그러지며 오열을 시작한다.
"아빠아... 아빠아아... 흑흑"
피그가 울음을 참지 못하고 대성통곡을 하며
나에게 다가온다.
아니.. 피.. 피그야...
아빠 아직 숨 쉬고 있어...
당황한 나와 카우씨는
차마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피그의 작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피그야..
이건 네가 감기 걸렸을 때 콧물 나는 거랑 비슷해.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지실 거야"
겨우겨우 달래서 재운 그 밤,
아빠가 아프면 큰일 나는 줄 아는
그토록 순수한 마음에 가슴 한켠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피그가 다시 놀이터를 가자고 했다.
그런데 전날 밤 두통으로 힘들어했던 카우씨를
회사에 데리러 가야 했기에 사정을 설명했다.
그 순간 피그가 알겠다는 듯이
"내가 아빠한테 얘기해 볼게"하며 휴대폰을 든다.
"아빠,
내가 오늘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는데
어제 아빠가 머리 아팠잖아.
그래서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나는 놀이터가 너무 가고 싶어서...
아빠 지금 컨디션 어때?"
아빠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속사포처럼 자기주장을 쏟아내는 피그.
아니 어제 오열한 아이 어디 갔나요..
가만히 듣던 카우씨는 웃으며,
"아빠는 괜찮아~ 놀이터 갔다 와"한다.
그러자 피그의 한 마디.
"아빠,
우리 생각하지 말고 진짜로 아빠 컨디션 어때?"
그 순간,
카우씨와 나는 동시에 빵 터졌다.
아니, 언제 이렇게 컸대?
그 말속에는 '놀이터에 가고 싶은 마음'과 함께
'아빠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겹겹이 담겨 있었다.
아직은 어린 피그지만, 그 마음 안에 이미 '누군가를 헤아리는 눈'이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하나씩 세상을 배우고,
조금씩 타인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간다. 그 작은 배려가 모여
누구에게나 따뜻한 사람이 되겠지.
부모도 모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함과 아쉬움이 깃든다.
나는 그저 아이의 사소한 놀이터 에피소드를
기록으로 남기며 아이의 하루를 마음에 새긴다.
오늘 놀이터로 달려가는 그 발걸음이
아빠를 향한 마음만큼 가볍고 따뜻했기를.
피그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