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
국제정세를 이해하는 눈을 기르고자 집어든 책. 외교는 큰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접어들기까지의 흐름을 한눈에 짚어 준다. 동시에 한국이 직면한 각종 문제에 대한 거시적인 해법을 제공한다.
20년 넘게 방송기자로 일한 사람이 쓴 책이라 그런지 술술 읽힌다. 추천합니다.
2016년 당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됐을 뿐 강력한 권력을 갖지는 못했다. (1) 공화당 (2) 행정부가 반기를 들었기 때문. 특히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노선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공화당과'끊임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인 공화당은 이민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정책을 펼쳐왔는데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 가장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했다. 더구나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유 무역을 지지하고 관세를 반대해 왔는데, 트럼프는 고율의 관세를 주장하며 공화당 지도부와 잦은 충돌을 빚었다. 게다가 임기 후반의 2년은 하원을 민주당에 빼앗겨 민주당의 강한 견제를 받았고, 이 때문에 트럼프가 자신의 정책을 고집하기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의 상황은 지난 1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 트럼프는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의 전략을 결정하는 '공화당 전국 위원회'의 공동의장으로 트럼프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선출되었고, 2024년 공화당 강령은 트럼프의 비전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후보의 96%가 예비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 충성파 의원들을 뜻하는 MAGA 스쿼드가 크게 늘었다.
미국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미국인들의 삶은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만큼 나아가지 못했다. 2024년에야 미국인들의 시간당 실질임금은 1970년대 초반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시간당 실질임금이 50년 전과 같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중산층이 소득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맞벌이의 함정'이다)
(1)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빌 클린턴이 미국 경제를 부활시킨 방법은 2001년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는 것이었다. 미국 기업들이야 중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긴 덕분에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었지만, 많은 제조업 공장들이 중국으로 옮겨 가면서 미국의 제조업 근로자들은 아무리 경력을 쌓아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질 나쁜 일자리로 쫓겨나게 됐다. 물론 값싼 중국산 제조업 제품 덕분에 중산층의 삶이 잠깐 반짝하고 나아지는 듯했지만, 질 좋은 일자리 자체가 파괴되니까 결국 중산층은 더욱더 힘든 삶을 살게 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산층, 특히 러스트 벨트 노동자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이 클린턴과 민주당에 분노하게 된 것이다.
(2) 불법 이민자에 대한 중산층의 반감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에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도 불법 이민자들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을 쏟아 냈다. 그 이유는 불법 이민자들의 친지들이 이미 시민권을 획득한 경우도 많았고, 인건비를 낮추고 싶은 기업들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더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오기를 원했기 때문에 친기업적인 공화당 특성상 불법 이민자에 대한 지원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부분은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불법 이민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고, 이는 세금을 내는 중산층 입장에서는 분노할 만한 일이었다.
불법 이민자가 얼마나 들어오느냐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불법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자신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임금이 깎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치안까지 불안해졌다는 생각이 퍼졌다.
=> 트럼프는 '중산층'과 '제조업'을 대변한다. 제조업 가운데서도 기업보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듯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일론 머스크를 제외하고 트럼프를 반기는 이가 없었다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지출을 대폭 늘리라고 요구해 놓고, 이를 지키기 않는 국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며 나토 탈퇴를 불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입장에서는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요구할 만한 이유가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토 30개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을 모두 합쳐도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나토 회원국 전체의 방위비 지출의 3분의 2 이상을 미국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강력한 수치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같은 불균형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리적으로 주변에 이렇다할 적국이 없음에도 천문학적이 방위비를 지출하며 유럽의 안보를 지켜주는데, 정작 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유럽 국가들은 충분한 방위비 지출 없이 미국의 안보에 무임승차하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이 저마다 각자의 국익을 추구하면서 잦은 충돌을 하게 되면 나토의 결집력이 약화되고 이 틈을 러시아와 중국이 파고들 수 있다. 미국은 나토에 안보만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나토 국가 간 분란이 생겼을 경우 막강한 권력으로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어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신청하자 튀르키예가 끝까지 반대했을 때 미국이 문제를 해결했다. 나토는 과반 투표가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동의를 얻는 일종의 만장일치제를 택하고 있는데, 그만큼 한두 나라만 어깃장을 놔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나토의 대의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왔지만, 미국의 역할이 축소되면 권위주의 국가들이 러시아나 중국 관련 주요 안간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의 목소리를 낼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대미 무역 흑자가 이렇게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사실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되었을 때 우리가 미국 진영을 택하면서 대중국 무역 흑자가 크게 줄어들고 대미 무역 흑자는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한다. 특히 최근 대미 무역 흑자느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워낙 많은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지으려면 우리 기업들이 한국에서 생산한 장비와 설비를 미국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이것들이 우리나라의 수출로 잡히는 데다가, 미국 공장을 가동하려면 중간재의 일부를 한국에서 가져가야 하는데 이것도 수출로 잡힌다. 즉 우리 기업들이 미국 일자리 늘려주는 설비 투자를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무역 수지 흑자가 늘어난 거다.
=> 우리나라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해서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모두 한국의 무역 흑자로 잡히기 때문에 트럼프의 요구를 따르는 게 트럼프에게 더 거센 통상 압박을 받을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가 된다
** 미국 제조업 몰락의 역사
(1) 레이건 행정부 : 경쟁력 약화된 제조업 포기하고 금융과 서비스산업 위주로 재편
(2) 중국 WTO 가입 : 미국 제조업체들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거나 중국에 위탁하기 시작
1980년대 이후 미국은 제조 현장을 경시하고 단순히 비용 절감 대상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했기 때문에 미국 내 제조 기반은 이미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제조 분야에서 생산 인력 자체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고숙련 제조 기술자들을 끊임없이 해고했기 때문이다.
** 바이든-트럼프 정책
(1) 바이든 :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 지원법으로 한국, 대만, 독일의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끌어들였다
(2) 트럼프 : 1기 때는 남의 나라 공장까지 탐내진 않고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들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위협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2기에 들어서는 남의 나라 기업까지 탐내게 됐다. 바이든이 정교하게 설계된 정책으로 미국 투자를 유인했다면, 트럼프는 미국으로 생산 설비를 옮기지 않는 기업에게 채찍을 휘두른다.
다만 인력난이 심각한 문제다. 삼성전자, 폭스바겐, BMW 등 수많은 해외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지어 놓고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 인력도 없는 미국이 무리하게 해외 공장 유치해놓고 제때 가동도 못 하면 생산 단가만 올라서 미국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바이든은 '기술패권'이라면, 트럼프는 '무역전쟁'+기술. 그간 바이든은 중국을 견제하더라도 미국의 손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정교하게 구성했지만, 트럼프는 거칠고 투박해 보일 정도로 노골적인 수출 규제를 해왔다. 가령 바이든은 HBM 메모리의 기술 수준에 따라 하나하나 규제 여부를 검토한 것과 달리 트럼프는 전방위적인 반도체 수출 규제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고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기업에도 대중국 수출 규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는 관세보다도 위협적인 조치다. 만일 우리나라의 대중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 규제를 받으면 상상할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당장 가장 큰 시장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나중에 자생력을 가진 중국 반도체 기업의 거센 추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더불어 이 같은 규제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 자립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2.0 시대에 중국과 대만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우리나라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만 해협은 한국의 해상 운송량의 33.27%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99%가 지나오는 중요한 길목이다. 만일 대만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난다면 이 해상 운송로가 막힐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국이 (1)정치 (2)경제에 있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대만 침공을 선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1) 정치 : 마오쩌둥 사망 이후 권력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시진핑 체제로 바뀐 뒤 국가 주석의 임기 제한이 폐지돼 법적으로 종신 집권까지 가능해졌다. 시진핑은 당 총서기, 국가 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세 가지 핵심 지위를 모두 보유하고 정치국 상무 위원회와 정치국을 모두 자신의 측근으로 세웠다. 집단 지도 체제가 사실상 와해되고 1인 통치 체제가 굳건해진 만큼 권력에 대한 집착이 커져 시진핑 체제하의 중국은 정치 문제를 중국 경제보다 우선하게 됐다.
(2) 경제 : 그동안 중국의 강력한 성장 동력은 인구에서 나왔다. 그런데 2011년 생산 연령 인구가 9억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되고 국력도 조만간 정점을 찍고 약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더군다나 시진핑 체제하에서 중국은 정치 권력 강화를 위해 빅테크 산업을 약화시키고, 공동 부유를 하겠다며 온갖 신산업을 억압했다. 정치 권력 강화를 위해 경제 문제를 희생하다 보니 경제가 계속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 가운데 중국은 (1)~(4)의 전략을 택했으며, 추후 (5)까지 이어질 수 있다
(1) 주변국에 대한 공격적인 자세 : 필리핀, 인도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2) 경제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위험한 대외경제 정책 :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가 심각해지는데도 오히려 보조금까지 줘 가며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이렇게 생산된 물건을 다른 나라에 수출해 밀어낸다. 철강, 배터리, 전기차 등에서 과잉 설비를 만들어 놓고 정부 보조금이나 국영은행의 전폭적 지원으로 수출 단가를 인위적으로 낮춘다. 초저가 제품으로 주변국의 산업을 초토화시키는 셈이다.
(3) 강압적인 내부 통제 정책 : 국민들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해외 기업인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반간첩법을 2023년 7월부터 시행 중이다. 중국인들이 해외 언론과 인터뷰할 때, 혹은 외국인 친구와 SNS로 대화할 때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간첩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
(4) 미국과의 갈등 심화
(5) 대만에 대한 군사적 행동? : 집단 지도 체제에서 시진핑 1인 체제로 전환된 이후 경제 위기나 침체는 오롯이 시진핑 주석의 책임이기 때문에 중국 내부 불만이 커지면 일부러 다른 나라와의 갈등을 유발해서라도 중국인들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 할 수 있다.
=> 이런 면에서 트럼프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중단 4개년 계획'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전쟁의 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한 이유도 미국이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쪽과 북쪽으론 바다가 없고, 북동쪽으로는 러시아가 있다. 중국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길은 전부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미국과 친한 나라들이 포진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중국 입장에서는 섣불리 대만을 쳤다가 자칫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갇혀 버릴 위험성이 충분하다.
1. 식량 : 중국의 실제 식량 자급률은 76%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낮게 보는 수치는 67%까지 된다.
2. 에너지 : 중국의 석유 자급률은 최대로 잡아도 29%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수입해야 하는데, 중국이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 비중이 20% 정도이기 때문에 나머지 80%는 중동산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중동산 석유를 중국으로 가져오려면 믈라카 해협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반드시 지나야 하는데, 이곳을 미국이 막아버리면 중국은 석유가 없어서 전쟁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믈라카 해협의 남쪽으로 멀리 돌아가거나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와 자바섬 사이의 순다 해협으로 통과하는 방법도 있긴 하나, 여기는 호주가 버티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만든 온갖 중요한 군사동맹에는 호주가 꼭 들어간다(->미국과 호주가 친한 이유가 해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중국이 우회한다 하더라도 호주가 충분히 방어선을 만드어낼 수 있고, 그 밑으로는 뉴질랜드도 있다
중국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온갖 방법으로 원유 수송로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중국이 대안으로 선택한 게 미얀마다. 중국은 미얀마를 통해서 가스와 석유를 수입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이미 완공해뒀다. 추후 가장 원하는 송유관은 이란에서 파키스탄까지 송유관을 연결하고 다시 파키스탄에서 중국 신장 지역까지 히말라야산맥을 뚫는 송유관을 연결하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 영토 내에서 석유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고 원전과 태양광, 수력, 풍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운송용과 산업용 에너지의 석유 의존도가 줄어들면 남는 석유를 군사용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식량과 에너지 자급 문제 때문에 실제로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하는 것은 중국에게도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대신 네 단계의 작전을 시행할 수 있다.
(1) 혼란과 불안 야기 : 대만 내에서 자꾸 혼란이 일어나도록 중국이 부추긴다.
(2) 미국과 대만 간에 갈등 유발
(3) 군사적 위협 고조
(4) 2027년까지 사실상 대만 통제 : 대만 사람들은 중국과 싸우느니 차라리 하나의 중국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 2027년 말에 중국에서 21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 회의가 열린다. 이때 시진핑 주석의 4기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데, 대만을 실제 점령하지 못하더라도 친중 성향으로 바꿔 놓을 수만 있다면 시진핑 주석은 충분한 명분이 생기니까 손쉽게 연임을 할 수 있게 된다.
=>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TSMC 생산 설비가 파괴되고 TSMC의 주요 인력을 잃어버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미국의 두 연구소가 우려한 방식대로 대만을 점령하게 되면 중국은 TSMC의 생산 설비와 기술력까지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다.
** 대만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
트럼프는 대만을 미국의 보험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정작 대만은 보험료조차 납부하지 않는다며 대만을 맹비난한다. 게다가 트럼프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해줄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계속 회피해온 반면,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비즈니스를 빼앗았다며 대만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추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막대한 안보 비용을 요구할 경우 '하나의 중국'을 강조해온 대만 국민당이 미국에 대한 굴욕적 외교 대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토해 대만의 안보를 지키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2.0 시대에는 대만의 안보 불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
** 우리나라의 대응책 (대만해협 = 에너지 수입+물자 수출 통로 = 공급망이자 물류망)
지금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거의 모든 에너지는 중동에서 출발해 대만 해역을 통과하고 있고, 유럽과 중동으로 수출되는 컨테이너 선박은 대부분 대만 인근 해역을 지나가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대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에너지 공급망과 물류망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러시아 북쪽을 통과하는 북극항로다. 과거 북극 항로는 여름철 4개월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 가치가 낮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20년에는 이 기간이 7개월로 늘어났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2030년에는 연중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흔히들 미국의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미국이 해상 전쟁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만, 조선업에선 기술력보다 생산력이 중요하다. 해전에서는 우수한 성능의 선박으로 구성된 소규모 함대보다 많은 함선을 보유한 대규모 함대가 대부분 승리한다. 지상전과 달리 해전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포격이 이뤄져야 유리하기 때문에 선박 대수도 꽤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해전이 장기화될수록 자국의 함정 생산력이 더 중요해진다. 침몰한 전투함을 신속하게 대체하거나 손상된 전투함을 빠르게 수리하는 쪽이 승기를 잡을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막강한 선박 건조 능력(세계 1위)을 활용해 전투함을 수리하고 새로 건조하면서 해전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대 해전에서는 항공 모함이 예전만큼 유용하지 않으며, 미국과 중국의 전력 차이를 만드는 건 항모 전단보다 오히려 핵추진잠수함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2024년 현재 중국이 고작 12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갖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64척의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기술력도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해상 전력에서 아직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는 건 분명하다. 다만 중국이 2035년까지 핵추진잠수함 포함해 모두 80척의 잠수함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조선 산업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2차 세계대전 때만 해도 미국 곳곳에 정말 조선소가 많았고, 미국은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선박을 찍어낼 수 있는 강력한 역량이 있었다. 그러나 (1)레이건 대통령 (2)중국의 WTO 가입으로 미국의 조선업이 추락했다. 이제 와서야 미중 패권 전쟁의 핵심이 해군 전력이라는 걸 깨닫고 지금 당장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조선업 기반이 붕괴되며 아예 생산 설비가 사라지고 현장 기술마저 소실된 상태다. 더군다나 미국의 존스 액트(Jones Act) 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항하는 상선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 전투함은 이 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영향을 받아 미국의 모든 전투함은 반드시 미국 땅에서 건조한다는 원칙을 100년 넘게 지키고 있다. 이 점 때문에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를 미국으로 유치해 가려고 한다. 우리가 미국에 조선소를 짓는 경우 상당한 반대급부를 요청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르 들어 우리나라가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보완해 주는 대신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다.
=> 2024년 세계 각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비교해 보면 중국(40%)이 1위, 한국(35%)이 2위, 일본(20%)이 3위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한국의 조선업이 중요한 이유
(크림반도 합병 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기 직전까지 러시아와 유럽연합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유럽 연합은 러시아의 가장 큰 교역 파트너였고, 러시아로 유입된 해외 직접 투자의 3분의 2는 유럽 연합이 투자한 것이었다. 또 유럽은 러시아에서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값싼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었다.
(크림반도 합병) 2014년 2월 27일 우크라이나 땅이었던 크림반도에 러시아 특수 부대가 진입해 주요 시설을 장악했다. 그리고 사실상 러시아의 통제하에 3월 16일 주민 투표를 실시했는데, 투표 결과 96.8% 찬성으로 러시아에 합병됐다. 이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 국가들에게 과연 이 투표가 공정하게 치러졌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군대를 동원해 기습 점령하고 주민 투표를 실시한 건 국제법상 용납 불가능했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 천연가스&석유 수출 제재 X) 이때부터 미국과 유럽의 대 러시아 제제가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우크라이나 병합에 관여한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에 대한 자산 동결이나 여행 금지 조치 등 매우 미온적이고 형식적인 제재 조치에 그쳤다. 정작 가장 중요한 러시아의 돈줄인 천연가스와 석유 수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 조치가 없었다. 안보 위협을 받게 된 유럽조차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값싸게 수입하던 천연가스나 원유를 더이상 수입하지 못하면 유럽이 더 큰 타격 입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천연가스&석유 수출 제재) 전면적인 무력 침공이 시작되자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럽 국가들이 단결해 러시아에 대한 전례 없이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가했다. 이로 인해 유럽 경제가 막강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지금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9월 노르트스트림 1과 2에서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 더 이상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없게 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을 견디지 못해 화학, 금속 등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심지어 문을 닫은 경우도 많았다. 2024년 9월에는 독일의 국민 기업인 폭스바겐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에 있는 일부 공장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해 큰 충격을 안겼다.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이 잇따라 폭파되거나 중단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볼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천연가스가 남아돌았지만 수출할 곳을 찾지 못했었는데, 러시아 가스관이 차례로 끊기면서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포기하고 미국 천연가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로서 유럽은 러시아에서 끊긴 에너지를 미국으로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게 됐지만, 러시아 가스관을 통해 값싸게 공급받던 천연가스가 사라지면서 에너지 수입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렇게 독일 등 유럽 제조 강국의 수출 경쟁력을 지켜주던 값싼 에너지가 사라지면서 쇠락해 가던 유럽의 몰락이 더욱 가속화할 위험이 커졌다. 트럼프는 에너지를 빌미로 나토 분담금 인상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 경제 제재를 당한 러시아보다 경제 제재를 가한 독일(+동유럽)의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가장 혜택을 본 나라는 미국이다
(1) 고령화 / 인구구조 : 1990년대 말부터 출산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해 현재까지 1.46명 정도다. 고령화가 심해지고 평균연령이 높아진 만큼 인구 구조가 악화되면서 혁신의 주체인 청년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더이상 새로운 혁신 기술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유럽이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 R&D 예산 : 미국은 연방 정부이다 보니 국가 차원의 R&D 예산이 풍부하고, 기업들도 천문학적인 R&D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유럽연합 전체의 R&D 투자액은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또한 미국은 통합된 R&D 투자 관리를 할 수 있지만, 유럽은 개별 국가가 각자 따로 연구를 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미국은 세상에 없던 첨단 혁신 개발에 몰두하는 반면, 유럽은 그나마 부족한 R&D 예산을 첨단 혁신 기술이 아닌 공정 개선이나 회원국 간 격차 해소에 쓴다
(3) 규제 : 미국이 플랫폼 혁명이 일어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촉발시켜 온 데 반해, 유럽은 처음부터 디지털 산업에 대한 규제로 일관했다. 당장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결국 역효과를 낳았다. 아무리 창업을 해도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으니 청년들이 미국으로 떠나고, 결국 방어적인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했다. 2024년 6월 기준 구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7.5%인데 유럽 시장 점유율은 91%다. 미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구글의 시장 점유율을 파고들려고 하는데, 유럽은 새로운 기업의 도전 자체가 실종되어 구글이 본국인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단단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다.
(4) 달러 패권 : 통화 패권을 가진 미국은 반복되는 위기 때마다 달러를 찍어 돈을 뿌려대니까 유럽보다 더 빨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분명 금융 위기는 미국에서 일어났는데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서 위기를 바로 극복하고, 그 유탄을 맞은 유럽이 2009년 그리스 위기를 시작으로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로 금융 불안이 확산되며 2012년에 유로존 전체가 경기 침체를 겪었다. 유로화는 패권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만큼 마음껏 돈을 찍어내지 못한다.
=> 마크롱 대통령이 1.R&D 지출 2배 확대 / 2. 산업 규제 대폭 완화를 골자로 하는 유럽 부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의 연방제도처럼 강력한 정부가 없어 한 나라가 혁신을 외치면 옆 나라가 자꾸 발목을 잡는다 .대표적으로 여전히 전통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강력히 반대한다.
2024년 7월 영국 곳곳에서 반난민 폭동이 일어났다. 영국이 급속도로 가난해지면서 청년들이 실업자로 내몰리자 분노의 대상을 외국인 이민자와 난민들에게 풀었던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영국이 최근 너무 가난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가난의 원인이 유럽연합 가입 때문이라고 오판하는 바람에 오히려 영국 경제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브렉시트라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 지난 17년 동안 영국은 평균적으로 가난해졌을 뿐만 아니라 빈부 격차도 훨씬 커졌다.
** 브렉시트의 영향
(1) 무역장벽 등 경제난 :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연합과 무역 장벽이 생기는 바람에 통관 절차가 복잡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유럽 연합 국가들이 영국을 공급망에서 아예 배제해 버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또한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유럽 지역 본부를 영국에서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
(2) 이민자와 난민 폭증 : 브렉시트 이후 오히려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와 난민이 폭증했다. 브렉시트 이전에는 유럽연합 소속인 남유럽이나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도 많았는데, 브렉시트 이후에 이들은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아프리카나 중동 등에서 수많은 저임금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값싼 노동력이 대거 유입되자 이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게 됐다. 기성세대는 이미 숙련 노동자거나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 있는데 비해, 청년들은 경력이 없기 때문에 값싼 외국인 노동력이 들어오게 되면 피해를 고스란히 겪는다.(-> 값싼 외국인 노동력의 일자리와 내국인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과연 많이 겹칠까? 하는 의문) 더불어 유럽의 좌파와 우파 모두 이민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유럽 청년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극우파 정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당장은 유럽의 극우파가 자신들과 비슷한 성향의 반난민, 반이민 정책을 앞세운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환영하겠지만 트럼프가 첫 임기 때보다 훨씬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이면 유럽도 경쟁적으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쓰며 미국과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 이미 자기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부족한 노동력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데 거부감이 없지만, 외국의 값싼 노동력과 경쟁해야 하는 미숙련 노동자인 청년들은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필리핀 가사 도우미, 외국인 고용 허가제 등은 유럽처럼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중국의 내수 시장이 엉망인 데도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경제성장률 4.7%의 비밀은 재고 쌓기와 수출 밀어내기로 만들어낸 허상이다.
(1) 과잉생산 : 현재 중국 기업들은 아무리 재고가 넘쳐도 일단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서 더 많이 생산하고 창고에 더 많은 재고를 쌓아놓고 있다. 이런 재고 자산은 투자로 간주돼 GDP를 끌어 올린다. 재고를 쌓아 두고 생산을 한다는 건 자본주의 경제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 중국은 일자리 감소가 우려돼 과잉 생산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더욱 부추기고 있다.
(2) 수출 확대 : 중국은 과잉 생산한 제조업 제품을 해외에 헐값 밀어내기 수출을 한다. 지방 정부 보조금에 국영 은행 저금리 대출까지 온갖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쌓여 있는 재고를 해외로 수출해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전략을 쓴다. 어차피 과잉 생산으로 남는 제품들을 헐값에 수출하고 있으니, 이참에 다른 나라 경쟁 기업을 죽이고 차후엔 세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3) 과잉 설비 투자 : 철강, 알루미늄, 석유 화학, 태양광, LCD, 반도체 등이 중국이 과잉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일단 중국이 과잉 설비 투자를 한 업종은 전 세계가 초토화된 상황이다.
=> 이 때문에 전 세계가 중국의 과잉 생산과 밀어내기를 막기 위해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물론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중국에 호의적이었던 국가들조차 관세를 인상했다. 이제 경제 규모가 큰 나라 중에 중국에 관세 장벽을 세우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러시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 신질 생산력
중국이 새롭게 내세우는 산업 전략인 '신질 생산력'이란 막대한 자본을 투여해 다른 나라의 장비에 의존하지 않는 글로벌 생산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IT, AI, 항공우주, 신에너지 등이다. 전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면서 중국에 제조 설비를 수출하는 분야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중국의 생산 설비에 우리나라의 중간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적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일시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중국 신질 생산력의 최종 목표는 결국 한국에 대한 중간재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무려 94%로 몰타에 이어 2위다. 이는 일본 83%, 이탈리아 75%, 독일 64%에 비해 현저히 높다. 에너지는 인구 다음으로 한 나라 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유럽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전기 요금이 굉장히 높아졌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탐낼 만큼 막강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지만, 아무리 뛰어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에너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각 기업들이 에너지 수급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지구촌 어디에서든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는 에너지 가격 변동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워런 버핏은 유가가 쌀 때 석유 관련주를 사뒀다가 유가가 급등할 때 차익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왜 워런 버핏은 계속 원유 주식에 투자할까
(1)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지연 : 원래 유럽 국가들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었는데, 유럽 국가들이 가난해지자 독일은 전기차 관련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주는 혜택도 줄였다. 게다가 물가마저 치솟다 보니 유럽인들도 지금 당장 먹기살기도 힘든데 환경 보호나 지구의 미래를 위해 당장 더 비싼 전기차를 사는 게 맞나 싶다
(2) 전체 원유 공급량 정체 : 셰일 오일 생산량 증가가 한계에 도달하며 원유 공급량이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셰일 오일 덕분에 그동안 세계 유가가 안정세를 보였지만, 문제는 이제 셰일 오일이 고점을 찍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 러우 전쟁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며 셰일 오일 생산업체가 생산량을 늘린 덕에 국제 원유 가격이 안정됐지만, 그만큼 셰일 오일 생산량 피크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런데 세계 각국이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겠다고 나서니 새로운 유전 개발의 리스크가 커졌다. 그래서 석유 회사들이 새로운 유전 개발에 소극적이다.
(3) 세계 각국 군비 증강 : 전쟁이 자주 일어나니까 너도나도 무기 생산을 늘린다. 무기를 생산할 때도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무기는 생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훈련도 해야 하고 실제 전쟁에서도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자동차를 만들 때는 에너지 효율성부터 따지지만 무기는 일단 싸워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연비는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정학적 긴장도가 높아질 수록 석유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4) AI 혁명 : AI혁명이 지금 속도로 계속 진행된다면 에너지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전력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AI 혁명의 승패는 누가 더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를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AI 관련 또는 네트워크나 데이터 센터 관련 에너지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지정학적 긴장도가 높아질 수록 1.석유 수입처(ex 중동)와 수입해오는 경로(ex 대만해협)가 위험해지고 / 2.무기 생산을 늘리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석유가 더 중요해진다
** 우리나라 상황
당장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해 놓지 않는다면 AI 혁명에서 도태될 수 있다.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면 태양광이든 원전이든 닥치는 대로 건설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렇게 모든 종류의 발전소 건설에 제동이 걸리면서 앞으로 수년 내 우리나라 전력에 대란이 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또 우리나라가 대형 발전소를 대부분 경상도나 전라도, 강원도 등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하게 되면 수도권까지 더 많은 전기를 끌어와야 하고, 그러려면 대규모의 추가 송전망이 필요하다. 수도권까지 연결되는 송전망을 제때 건설하지 않아 이미 건설된 발전소 중에서 가동을 멈추고 아예 놀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 밀양에 송전탑을 세울 때 얼마나 큰 갈등을 유발했는지 기억할 거다. 그 당시 송전탑 하나 짓는 데 6년 넘게 걸렸다. 지금 당장 송전망을 비롯한 에너지 수급 계획을 짜야 한다. 대규모 발전소나 송전망을 건설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 AI 패권 전쟁은 곧 에너지 패권 전쟁으로 바뀔 거다. 조만간 에너지가 무기가 되는 세상이 도래할 거다. 중동 지역 긴장이 전쟁으로 비화되면 에너지 패권 전쟁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2023년에 국가 채무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GDP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국가의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전 세계가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고, 그 결과 재정 적자 폭이 커지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나라 빚이 급증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에는 재정 적자 폭을 줄이고 있는 추세인데,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 적자 폭이 팬데믹 때와 비교해 거의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재정 적자가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기 불황이나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는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재정 지출을 늘려 경제를 살려야 할 때가 있다. 재정 적자로 푼 돈으로 눈앞의 경제 위기를 넘겨 경제성장률이 회복된다면 정부가 위기 때 진 빚을 갚고도 남을 만큼 세수가 다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재정 적자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만약 정부가 천문학적인 빚을 졌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그 빚을 갚을 수 없게 된다면 재정적자는 기성 세대가 청년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지금 당장 자신들만 풍요를 누리려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30년 동안 천문학적인 국가 재정을 풀고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빚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재정 지출을 늘려 경제를 살리는 정책은 일시적인 불황이나 경기 침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 불황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인구 구조 자체가 붕괴되어 장기 불황으로 가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를 누적하게 되면 나중에 인구가 반토막 난 후세대가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국가 부채는 대한민국에 더 큰 위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 재정 적자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경제성장률 회복하면 적자 이상으로 세수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인구 구조 자체가 붕괴돼 장기 불황으로 가는 상황에서는 재정 적자가 후세대의 부담이다
한국인의 순자산은 무려 87%가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순자산이 10억 원인 사람의 자산 중에 8억 7천만 원이 부동산이란 뜻이다. 순자산이란 전체 자산에서 빚을 뺀 것을 뜻하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빚을 지고 집을 산 탓에 이런 황당한 수치가 나온다. 이 가운데 정부는 끊임없이 부동산 부양책과 규제 완화, 특례 대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치권이 외면한 주식 시장보다 여야가 한마음으로 지원하는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사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과 주가가 오르는 것은 매우 다르다. 부동산값은 아무리 올라도 대한민국 생산성이 올라가거나 혁신 기업이 등장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증시가 활성화되면 엔젤 투자자들이 언제든 현금화(exit)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훨씬 쉬워진다. 또한 인수 합병이 활성화되어 경제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대부분 증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늘 부동산에만 진심이었다. 계속 부동산 부양에만 열심이었던 탓에 성실하게 일해서 근로 소득이나 사업 소득을 창출한 사람들보다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훨씬 더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이 때문에 모두가 돈만 생기면 부동산에 올인하기 시작했고 빚을 낼 수 있는 최대 한도로 돈을 빌려 부동산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물론 개개인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을 절대 폄하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여러가지 위험도 감수해야 하므로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불로 소득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나라의 자금이 적절히 배분되도록 효율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 의무가 있다. 지금처럼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이 부동산으로만 돈을 버는 경제구조가 지속되면 혁신은 사라지고 성장 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동산에 전 재산이 묶인 사람들이 늘어나면 가계의 여윳돈이 사라져 내수 시장도 위축된다.
=> 은퇴 세대는 부동산에 돈이 묶여 돈을 못 쓰고, 청년 세대는 소득 자체도 적고 미래가 불안해 돈을 쓸 여력이 없다. 결국 이렇게 내수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