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공원과 목욕탕

꽃보다 더 아름다운 시간이 지나갔음을 실감한다.

by 다정한 지혜씨

장미공원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장소다. 그곳엔 오월이면 벌과 나비, 향을 맡는 모든 생명들이 몰려든다.

"할머니, 지금 갈게. 전화하면 내려와."

"그려."

봄 나들이에 맞춰 고른 꽃무늬 티셔츠와 분홍색 바람막이를 입은 할머니가 아파트 앞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그 모습이 꼭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같다.

"아직 바람이 찬데 왜 미리 나와있어? 전화하면 내려오라니깐."

"괜찮아."

마을버스를 타고 도착한 장미공원 앞에서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지른다.

"와 이쁘다."

"여기 서봐, 할머니 사진 찍어줄게"

"다 늙은 노인네를 뭐 하러 찍어. 싫어"

입으로는 싫다면서 은근슬쩍 자리를 잡고 가방을 고쳐 매는 할머니가 귀여워 웃음이 난다.

"같이 찍자, 할머니"

"하나, 둘, 셋."



밤에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뒤적이다 사진첩을 열었다. 재작년 장미공원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와 내 모슨이 붕어빵처럼 닮아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시간이 지나갔음을 실감한다. 사진을 넘기면서 입은 웃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장미공원을 다녀온 뒤 할머니를 모시고 목욕탕을 갔다. 쭈글거려도 뽀얀 피부에서 광채가 나오는 것이 신기해 할머니의 등을 연신 쓰다듬었다.

"참 살결이 뽀얗다. 할머니."

"네가 나를 닮았어야 하는데."

"그러게."

할머니와 누워서 나란히 세신을 하는 동안 할머니가 울먹거린다.

"야가 내 손녀딸이야, 얼마나 착한지 딸도 안 데려오는 목욕탕을 야가 날 데리고 왔어."

칭찬도 자주 들으니 더 이상 쑥스럽지 않다.

"그래 맞아, 그러니 나한테 잘해, 할머니."

장난기 많은 나는 어떻게든 할머니를 골리려 농담을 던진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혹시라도 할머니가 세신 침대에서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예의 주시 하고 있다. 목욕을 끝내고 할머니와 같이 먹었던 바나나 우유는 정말 맛있었다. 빨대를 꽂아 할머니 손에 쥐어주는 내 모습이 어릴 적 할머니의 모습과 교차된다.



최근에 사 먹었던 바나나우유에서는 묘하게 설탕을 덜어낸 맛이 난다. 당을 줄이고 가격을 올린 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 할머니와 다시 목욕탕에 가면 예전 그 맛이 날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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