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 않은 일은 결국 내 것이 아니었다.
새아빠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걸었을 때 행복했다.
사는 동안 실체가 잡히지 않은 무언가가 손에 잡힌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난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문득 언니가 궁금해졌다.
언니도 버진로드를 걸었을 때 나만큼 행복했을까?
명절엔 우리 집 대신 시댁을 먼저 가야 한다.
주말을 온전한 내 시간으로 쓸 수 없다.
결국 뭐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이다.
사랑으로만 이루어진 결혼생활은 꿈속에서만 존재한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통합이 아닌 전통과 체계의 통합이다.
난 왜 이 모든 걸 결혼을 하고 나서 알았을까?
왜 아무도 내게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결혼식장을 나서고 알았다. 결혼식은 끝났고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결혼식 당일 저녁, 난 신혼집이 아닌 시댁으로 향했다. 스프레이로 단단히 고정된 머리를 감지도 못한 채 저녁상을 차리고 시댁어른들을 맞았다. 몇 시간 동안 높은 하이힐에 부은 발을 주무르다 눈물이 고였다. 엄마가 보고 싶었고, 언니가 보고 싶었다. 밤 아홉 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언니가 가여웠다. 모진세월을 혼자 감내했을 언니를 그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은 결국 내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이 비로소 내 것이 되었을 때 눈물이 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