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그래도 그렇게

끝날 줄 모르는 짝사랑

by 다정한 지혜씨

처음으로 언니에게 언성을 높였다. 고3이었던 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버스 안 승객이 있던 말건 맨 앞자리에 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쯤, 술을 마시고 집에 떡이 되어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만을 택했던 언니가 미웠다. 스무 살이 되자 언니는 긴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하더니 급기야 어울리지 않은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젖살이 올랐던 양 볼이 움푹 파인채 허리가 드러나는 짧은 티셔츠를 입은 언니모습은 이쁘기는커녕 충격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렇게 하나도 이쁘지 않은 언니가 미운짓까지 골라서 하니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전화를 받은 언니에게 화가 난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언니, 제발 정신 좀 차려, 왜 그러고 다니는 거야!!"

핸드폰 속 너머 언니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너는 아무리 그렇다고 그래도 그렇게 소리를 지르냐..."

살면서 한 번도 역전되어 본 적 없는 갑과 을의 관계가 뒤바뀌자 성질이 난 건지 신이 난 건지 모를 내가 더 길길이 날뛰었다.

"언니가 정신을 못 차리니깐 그렇지, 집에는 언제 들어올 거야?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연이어 내지른 윽박에 언니는 더 작아졌다.

"오늘은 꼭 들어갈게..."


그러나 그날밤도 언니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이 언니를 방황하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했다. 따스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늑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언니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만 풍요로웠을 일상에 언니는 끝끝내 적응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가족, 화목한 집안이라는 것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언니는 방황했다. 성냥팔이 소녀가 눈 쌓인 창문밖에서 맨발로 선채 난로와 칠면조구이가 있는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언니는 항상 쓸쓸한 모습이었다. 가끔 언니가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잠들어있는 언니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나쁜 꿈을 꾸는 건지 항상 미간의 주름을 쥔 채 잠들어있는 언니를 보고 있으면 안쓰러워 눈물이 났다. 곁에 있어도 실체가 없어 만져지지 않는 신기루 같은 언니가 야속했다. 그렇게 끝날 줄 모르는 짝사랑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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