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으로 (요 1:3-5)

by Those Dim Reflections

당연히 엊그제처럼 추울 줄 알고 셔츠 위에 스웨터, 스웨터 위에 조끼, 조끼 위에 재킷을 걸치고 주민센터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떠 죽을 뻔했다. 처음에는 주민센터가 난방을 과하게 했나 보다 싶었지만, 웬걸 건물 밖은 무려 영상 19도나 되었다. 아내는 길을 가다가 개구리도 보았다 하니 어느새 겨울은 그 기력을 다하고 만 것인가?

이렇게 어김없이 "겨울 끝, 봄 시작"이 적어도 한반도에서 수천 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생명으로, 그저 자연법칙의 산물이랄 수도 없다. 그랬더라면 이 자연법칙을 낳은 원인이 있을 텐데, 그것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할 텐가? 무신론 과학자들은 실제로 그렇게 말한다. 그 가능성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아주 넉넉히 주어서, 빅뱅 이후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지는 데 약 138억 년 가량 걸렸다고 말이다. 그런데 시간만 주어진다고 세상이 살 만하여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다른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창조론 과학자 중 한 명인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은 지적 창조자 없이 우주가 우연히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형성될 확률은 극도로 낮다고 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우주의 물리적 상수들이 매우 정밀하게 조정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도저히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되었다 치면, 그가 말한 확률은 이 정도다.

"자연적인 과정만으로 생명이 우연히 형성될 확률은 보잉 747 비행기가 쓰레기장에서 폭풍으로 인해 조립될 확률과 같다."

그런데 필시 현대 과학에 문외한이었을 사도 요한은 그 말을 달리 이렇게 썼다.

2 그가 (말씀으로)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3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4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요 1:2-4)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언어로, 요한은 말씀(헬. 로고스)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던 사실에서 출발하여, 그 함께하심은 만물의 창조에도 드러났다고 한다. 그 근거는 거듭되는 창조의 날들을 기술한 창세기1~2장의 말씀에서도, 후대에 그 말씀을 이해한 해석 전통에서도 확인된다. 이 말씀은 그저 창조의 도구가 아니라 인격적인 창조의 대리인이셨으며,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짓는데 함께 참여한 설계자시기도 했다고 말이다.

거기서 나아가, 그렇게 세상이 지어질 수 있었던 것은 그분 안에 있던 '생명' 때문이었다고 전한다. 그 생명이 동물로 치면 그저 호흡이거나, 식물이면 생장할 수 있게 하는 겨우내 땅속의 다알리아 뿌리만 같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철저히 그분과의 관계에 기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창조된 만물, 특히 사람이 창조주 하나님과 이 창조의 대리자이신 말씀과 변함없이 끊어지지 않은 관계에 놓여 있었더라면, 그들 속에도 생명의 빛이 꺼져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치 창조의 첫날에 비친 빛과 같은 질서와 광명을 세상은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그 경위는 이미 우리가 창세기 3장과 그 이후로 된 일을 통해서 아는 바다.

하지만 그들에게 비쳤던 생명의 빛이 한때 타올랐다가 실낙원과 동시에 꺼져버리고, 다시는 비치지 않았을 것 같으면 이제 와서 요한의 복음서는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니 어떻게 이 책을 일러 '복음(福音)'이라고 부르기라도 할 텐가? 그래서 요한복음 1장 5절은 말한다. "빛이 어둠에 비치되 ..."라고 말이다.

이 생명의 빛이 만물을 하나 빠뜨림 없이 직접 지으신 후로 다시 그의 피조물을 찾지 않으셨다면 이런 표현은 불가능할 것이다. 만에 하나, 그 피조물이 생명의 빛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그 빛이 비친 곳이 어둠이라고 불릴 리도 없다. 그러니 이 은유는 다시 빛으로 자기 백성을 찾으시는 그 생명의 근원이 이루시는 구원과 재창조의 서광이랄 수밖에 없다. 다시 읽더라도 과학과는 먼 말, 그러나 자기 백성을 찾으시는 하나님과 창조의 대리인이신 말씀의 변함없는 사랑을 과학이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하실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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