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by 김중근

가을 하늘

- 김 중 근

나는 어김없이 가을만 되면 가끔 창가에 홀로 서서 티없이 맑은 새파란 하늘을 보며 우수(憂愁)에 젖어 뜻모를 슬픔에 싸이곤한다.


최백호의 그리운 사람이 마음을 흔들며 들려온다. 하늘을 보며 눈이 시려오는 슬픔이 밀물같이 문득 밀려온다. 나를 주시하고 있는 한 외로움이 텅 빈 내방에 들어와서 쪽빛 하늘을 빗장 채워버린 창을 건너 새파란 하늘을 지나 구름 쪽으로 간다. “흘릴 눈물이 있기에 난 슬프지 않고 내일이 있기에 나는 오늘 여유롭고 또한 넉넉하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무심히 창밖의 하늘을 내다보면서 청색 쪽빛 배경으로 피어오른 하얀 색 털의 폭신한 뭉개구름 사이를 어정거린다. 그러는 사이 현관 문 여는 소리에 그 외로움은 앞산 대나무 숲 속으로 숨어버린다.


자연계의 법칙은 그대로 작은 오차도 없이 올해도 청명한 가을 하늘을 그려냈다. 한철 무성한 꽃을 달아맺던 나뭇가지 새로 잎새가 날리고, 바람이 뜨거워서 얼음에 채워 식히려 노력했던 한 여름도 이젠 햇살을 찾아 따듯한 녹차를 달여 마실 정도로 물러났다. 이렇게 가을은 제 각기 자기 자리에서 온전한 자신의 변한 모습으로 들어나고 있지만 가을 하늘을 보면, 눈이 시려오는 슬픔은 물러서질 않는다. 푸른 녹음이 너무나 추악하고 권태롭고 참담한 일이 많았던 계절을 감싸주었던 시절(時節)을 지나면서, 나는 새파란 하늘에 배어나올 부끄러움을 어느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슬픔이 가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약간의 베일을 씌우고 약간의 안개로 가리고 삶을 볼 때 삶은 아름다워보이는데, 아무것도 걸치지않을 나뭇가지 사이로 새파랗게 들어날 하늘과 구름은 슬픔을 채색 할 수 밖에 없다.


계절이 마음대로 오지 않지만 아침에 새파란 창공 속을 강렬한 햇살이 일제히 켜지는 시간부터 가을은 비롯된다. 오도가도 못하게 틀어박힌 철창의 작은 새를 본다. '나'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도 전혀 받아들이질 못할 새처럼 하늘을 본다. 새파란 공기 속에 꽂히는 강한 햇살로 왠지 모를 설움이 왈칵 솟아 오른다. 초라해진 나를 발견하고서야 내 삶은 아무런 가치가 없었슴을 하늘을 우러러보며 느끼게된다. 내 스스로 삶을 양보하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적은 나이지만 가슴에 맺혔던 멍울이 삽시간에 아파온다.


지나가버린 어제와 지나가버린 오늘,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초라해진 나를 발견하게한 이 가을이 슬프다...


- 2024년 10월 20일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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