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회적 동물
동 행 (同 行)
- 김 중 근
인생을 살다보면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게 된다. 때론 자연은 심술이 나면 하늘에 뇌성(雷聲) 번개를 박아서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같은 고함을 치기도 하고,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진 숲에 꽃과 나뭇잎을 추풍낙엽(秋風落葉)같이 날리게 하듯이 인생은 평안의 오솔길을 거닐다 가시 덩굴이 가로막힌 험난한 장애물도 만난다. 어떤 경우에는 이유를 알 수 없이 고난의 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난은 누구에나 한,두번 쯤 예외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쇠잔한 기력(氣力)을 몰래하고 위풍당당한 허세(虛勢)를 내세우는 삶속에 우리는 지치고 힘들어서 뒷걸음치기도 한다. 삶이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생각은 한, 두 번쯤 누구나 갖는 마음의 짐이다. 때문에 이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외로운 인생의 나그네 길에서 우리는 늘 동행 할 사람을 찾기 마련이다.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건네는 사람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집채만한 등짐을 지고 힘들어할 때 말 한 마디의 위로 보다 등짐을 풀어 함께 나누어 옮길 수 있는 그런 사람, 혼자 있는 덩그란 방에서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막연하게 오길 기다려지는 사람, 누군가 뼈저리게 고통에 젖어본 사람만이 느낄 그런 감정들이다....
그냥 바라보는 눈 길만으로는 텅~ 빈 가슴을 채울 수 없다. 우리가 고통과 외로움에 지쳐있을 때, 잎새에 살랑거리는 바람과 향기를 싣고 날아온 감미로운 선율의 멜로디 같이 누군가 아름다운 꽃의 미소로 다가오길 바란다. 또한 절망 속에서 캄캄한 어두운 밤의 호롱불 같이 다가와 혼을 담아서 희망을 줄 그런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길 기다리게 된다. 누군가를 알게됨도 기쁨이지만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만나게 된다. 만나면서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사람과 함께하는 인생은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술 한 잔의 감흥에 취기가 오르면 내가 자주 애창하는 최성수의 "동행"을 큰소리로 목청을 돋우어 그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아직도 내겐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그날을 생각하자니 어느새 흐려진 안개
빈 밤을 오가는 마음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빈 가슴 채울 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이 있는 날까지.”.........
칠흙같이 어두운 밤처럼 힘들고 외로운 이 험난한 세상 따라 어느새 머리 위에 서릿발이 하얗게 내린다. 수많은 세월의 뒤 안 끝에 뽀얗고 하얗던 얼굴들이 걸죽한 주름으로 계곡의 골같이 패이고 밤 나무같이 터지고 갈라져서 검게 바랜다해도 그 길에는 순수함과 열정만이 있을 사람이길 바랐지만 어느새 그 의미도 사라진지 오래다. 요즘들어 나이들면서 가끔 생각해본다. 과연 내게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있는지!..진실로 서로를 위하고 아끼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의 친구, 유일한 나의 진정한 동반자는 과연 누구일지?..... 그동안 하늘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화(禍)들을 풀고,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이 세상에서 나와 함께 울어줄 사람은 과연 얼마나 있을지.....자문자답(自問自答)해본다.
줄곳 이 곳에 내려와서 어릴적 송사리 쫒고 벌거벗은 몸뚱이로 살금살금 기어가던 여울이 있고 싸릿대 얽어 만든 사립 문에 삼줄 걸린 시골 흙집으로의 귀향(歸鄕)을 꿈구며 동분서주(東奔西走)하였지만 비어있는 허공 속에 사람은 간 곳 없고 인정미(人情味)없는 쌀쌀한 바람만 불어댄다. 여러분들은 과연 나와 함께 따뜻하게 마음을 주고 받으며 동행할 사람은 과연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직장 동료인가? 형제, 자녀들인가? 친구들인가? 아니면 주위의 이웃인가?......물론 우리는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신다. 이런 분들 때문에 우리는 용기를 잃지 않고 외로움을 극복하며 때론 외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살 만한 힘을 얻게되지만, 내가 좋은 느낌으로 훌륭한 분과 함께 동행하는 것은 그리 쉽지않다. 참 좋은 동반자, 참 좋은 동행인....참 좋은 직장동료, 참 좋은 친구와 이웃을 두고 있는 분은 참으로 복이 많고 선택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나와 함께 동행 할 수 없다.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나와 항상 동행하지 못한다. 이들은 언젠가 내 곁을 떠나야한다. 때로 예상치못한 사고 때문에 이 세상을 영영 떠나보내야할 경우도 있고 서로 증오하고 미워 할 때에는 동반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칠때에 신뢰를 쌓기가 쉽질않아 그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지않은 탓도 있다.
때론 살면서 삶이 힘들고 모든 것이 싫을 때, 앞 동산 까치 우짓는 솔 숲에 누군가와 함께 들어가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솔 내음, 라일락 향이 그리우면 강가에서 바람 섞여 따라온 내음 따라 가고, 엄마가 쑥을 뜯던 봄이 오는 남녘들을 거닐고 싶으면 들로 가는 따뜻한 바람의 길을 따라가고, 물동이를 얹고 오던 홍조(紅潮)빛 첫 사랑이 생각나면 물 여울질 소리 따라가서 비밀의 문을 열고 토로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그러므로 우리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할 수 있는 동행할 사람을 찾게된다. 기쁨은 둘로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둘로 나누면 반으로 주는 것 같이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찾게되고 평생을 그리워하게된다. 하여! 고단하고 힘든 것이 인생길이지만 동행(同行)은 서로를 가슴에 묻고 바라만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을 의미(意味)한다. 신뢰와 순종의 꽃을 피우기 위하여 온 몸과 일치된 마음으로 포근하고 진실한 동행(同行)을 해야한다. 하지만 신뢰와 순종은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우리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현실의 굴레 속에 서로 불신하며 유혹에 잘 빠진다. 먹이를 눈앞에 두고도 편히 날아와 주워먹지 못해서 추위에 떨고있는 새처럼,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믿지못하고 불안한 마음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서로가 베푼 선행을 믿지 못하며 진실한 마음을 나누기가 힘든 것이 원인이다. 오늘 날은 개인주의 의식이 팽배해진 시대이다. 오로지 남보다는 내가 우선이요 내가 잘 되어야 한다는 식의 선민의식(選民意識)이 우리를 우울하게하고 동행하기 어렵게한다. 선정성과 유혹이 난무하고, 올바른 가치관이 망가진 불신의 시대이다. 사람의 욕망(慾望)이 덫이되어 가지면 가질수록 행복하거나 편안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민과 불안에 휩싸이기 일수이다. 욕심을 버리면 늘 행복함을 알면서도 선뜻 버리지 못함은 물욕(物慾)에 치여서 나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는 사랑 안에서 마음 비우기를, 분노, 절망, 의심, 미움과 욕심 등 마음의 화(火)를 잘라내는 연습을 열심히해야 누릴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서 언제나 사람들과 부딪치며 함께 살도록 지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과 격리되어서 살 수 없다.
따라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차츰 내 곁을 떠나고 나를 손 가락질하며 비난 할수록 혼신의 힘을 다하여 지켜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친구는 영원한 동행자(同行者)요 평생을 같이 하면서 기쁘면 한없이 즐겁고, 슬프면 같이 아파할 거룩한 꽃을 피어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서로 먼저 오길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 2023년 5월 12일 웅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