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과 더러움
흰 눈
- 김 중 근
밖이 참 환하다. 눈이 부시다. 커튼을 제쳐 창을 열어보니 지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새 알 수 있다. 흰 눈은 영원토록 오래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설레임을 쫒아 마음에 쌓이는 것이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기쁨이고 그리고 아끼며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연인들은 흰 눈의 신비한 세계에 매료되어 아름다운 세계를 그려낸다. 그리고 늘 흰 눈이 내리는 순간 우리는 새로 태어난다. 오늘같이 눈이 시리도록 멋진 날엔 어디론가 훌쩍떠나고 싶기도 하고 마음이 온기로 달아올라 뜨거워질 때가 많다.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끼리 만나기 때문에, 눈 오는 날엔 사람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다른 곳으로 가 있는 경우가 많다. 마냥 천방지축 어린 아이와 같이 동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흰 눈 오는 날이 좋은 것만 연상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설레는 마음 순수한 그 마음이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더러움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순 백색이 요정처럼 내려온 세상은 하얀 칠로 그려져 있다. 눈이 펑펑 내리면, 동심으로 돌아가 편한 행장을 차리고 우리집 수깡이 앞세워 설레임 찾아 나서려했다. 무작정 맨길로 나와,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길을 따라 걸으려 했다. 벌써 저 편 넘어 한 쪽에서 눈 구름 타고 해가 서성인다. 뉘엿이 햇살 뿌려대는 시야의 어딘가로 부터, 차곡차곡 쌓인 설레임들이 사라진다. 차츰 진흙 투성이의 추한 모습들이 도처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위 모든 흰 색들이 힘을 잃었다. 흙 빛 더러움이 밑에서 부터 배어나온다. 밝고 깨끗한 순결함이 녹아내린다. 슬픔만 안고 사는 사람들의 잠시 즐거움같이, 흰 세상은 순간 사라진다. 마치 떨어질 듯 매달리는 이파리와 같이 느껴진다. 그 위에 버겁게 버티는 운명처럼 백설이 햇빛에 사그러진다. 밤새 뒤척이다 잠결 사이에 내린 눈은 처음에 신비롭고 아름다와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환상과 설레임을 더는 두고 볼 수 없게된다. 온통 더러움이 가득찬 세상으로 바뀐다.
흰 눈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시적이므로, 모두 녹아 사그러진다. 주위에 어제와 오늘을 자신은 눈처럼 순수하고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그렇지 못함을 잘 알고 있다. 나라를 이끌고 가는 일부 지도층의 인사가 그러하다. 권력과 결탁한 일부 위정자들 또한 그렇다. 당장 들통이 날 거짓말도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롱하고 웃기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마치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또한 이 시간에도 허탈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가식이 많은 사람들은 환상의 설경처럼 감언이설로 여러 사람들을 현혹한다. 처음에는 매우 그럴듯하고 멋있는 이야기로 그 사람을 믿도록 한다. 대표적으로 “K”씨가 당을 볼모로 국민을 상대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진실치 못한 사람은 햇빛 아래 그늘에 숨어있는 눈 밭과 같기 때문이다. 발 그림자 쫒아 떨고, 금새 녹아 진흙이 될 눈처럼 그의 진실이 오래가지 못한다. 눈이란 금새 녹아서 진창이 되는 것처럼 거짓으로 무장된 허구는 진실의 태양 앞에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 그릇된 사람들이 많다. 그러므로 진실함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현란한 모습으로 다가와, 요란한 몸짓과 궤변과 요설로 설득하고 유혹하려해도 쫒아가서는 안된다. 흰 눈이 그치고 태양이 올라오면, 이 곳 저 곳 흙 먼지가 잔득 낀 진흙투성이로 변해 있을테니까 말이다.
흰 눈이 와서 즐거움으로 인해 더없이 행복한 사람도 많겠지만, 이 환한 빛으로 비린내 나는 쓰레기 두엄의 추잡함도 들어난다. 그것 때문에 눈살 찌부리는 사람 또한 많은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 2026년 1월 13일
흰눈이 내린 후 거친 바람이 부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