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화단

사람도 화초 가꾸기와 마찬가지

by 김중근

마음의 화단


- 김 중 근


유난히 분위기에 약한 나는 먹장 구름들로 채워진 칙칙한 하늘을 바라본다. 동틀 무렵에 눈을 뜨고도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 이웃집의 호출 벨에 놀라 가까스로 일어났다. 밝은 눈으로 미소가 가득한 오늘을 찾으려 아침부터 서둘러 화단 구석구석에 물을 준다. 여러가지 게으른 핑계로 물 주기를 포기하면서 살았는데, 한식일(寒食日)에 심었던 패랭이 꽃, 작약, 은방울 꽃 등도 색깔마다 탐스럽게 피어난다. 화단 주위로 심었던 다알리아며 제라늄도 저 혼자 잘 자라 어느새 제 모습 대로 예쁜 꽃 망울을 터트린다. 각각은 색의 꽃을 기쁨의 미소로 피워댄다. 아마 아내가 돌봐준 정성 탓인가보다...


사람도 화초 가꾸기와 마찬가지다. 사람은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다.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낸 화초같이 쉴새없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은 대체로 그 얼굴에 보기좋은 미소가 흐르고, 따듯한 웃음마다 기쁨이 넘쳐 보기 좋다. 초록 빛을 반짝이는 심보(心寶)에는 무성한 사랑의 잎새들로 가득하다. 밤이면 밤마다 고통(苦痛)의 냉(冷)골에서 웅크리고 밤을 지낸 사람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그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시작된다. 하루하루 둔탁해져 가는 마음과 몸을 일깨우면서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가꾸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싱그럽고 화려(華麗)한 생활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날마다 쓸어내버릴 쓰레기 같은 삶을 살게된다. 한편 고통을 치르면서도 그 어려움을 남을 위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베풀고 사는 사람은 매일같이 웃으며 나타난다.


말이 쉬워 봉사라는 말을 쉽게들 하지만 세상이 각박해서 내 마음을 꺼내어 함께 더불어 사는 일이 쉽질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루하루 살면서 삶에 치이고 생활에 노예가 되어버린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외눈박이 처럼 오로지 자기 일에만 관심이 있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과 냉소만 가득한 사회가 된 듯하다. 그러기에 현대인들은 형언할 수 없는 외로움 속에 외톨이로 웃음을 잃고 살게 된다. 그러나 예전엔 그리 넉넉하진 않았지만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았다. 정성스럽게 담근 김치나 콩 반쪽이라도 생기면 어느 집 이라 할 것 없이 마음의 화단이 풍성해서 서로 나누고 품으며 살았다.

잔칫날엔 떡을 돌릴 수 있는 이웃이 그립다. 주는 것도 힘들고 받는 것은 더욱 힘든 세상이다. 무엇인가 건네 줄 수 있는 사람은 풍성한 호박 넝쿨처럼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사람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시덤불만 무성하게 키우는 사람이다. 빈 껍데기만 남아있는 빈 가슴에 검게 바랜 비정함만 자라고 그 마음의 화단은 메마르고 흙 먼지만 가득할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은 꽃의 아름다움과 같다. 날마다 정성으로 화단에 물을 주고 땅을 골라야 아름다운 꽃이 자라는 것과 같다. 마음 가꾸기에 따라 잡초만 무성한 돌 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마음 밭에 꽃의 향기를 뿌려대고 마른 정신을 풍요롭게 할 감성이 필요하다. 한 철 노란 장다리 밭에 하얀 나비의 날개 짓이 노랗게 보이는 광경도 느끼면서 산 벚꽃이 이 산 저 산 사이로 화들짝 피어난 꽃망울 소리도 느껴야 한다. 그동안 힘겹게 버티고 찌들었던 정신에 우리는 마음의 화단을 가꾸어 한껏 투명한 시원함이 흐르는 산사의 계곡물 처럼 정화가 돼야한다. 하얀 얼음 주위를 골골이 흐르는 산사의 계곡물을 보라!....따스한 볕을 받으며 투명하게 흐르는 물을 지그시 눈 감고 들으면 세상 근심 걱정 다 사라지고 세상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청량한 계곡의 맑은 물 같이 날마다 화단에 물을 주고 눈길을 주다보면 어느새 마음의 평화가 자리한다.


화단에서 여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하늘 실바람 타고 화단의 꽃들이 눈부시다. 연신 바람 따라 신나게 예쁜 춤을 출렁인다. 이 모두가 한 철을 살아도 그리도 자신만만 할 수 있는 것은 인간 세계에 그들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초절대적인 아름다움과 때가 되면 피고 지는 절대적인 약속을 과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화단의 꽃처럼 열린 가슴으로 사람을 대해야 된다. 자연을 호흡할 수 있어야한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면서 내 마음이 평온해졌듯이 우리는 마음의 화단을 잘 가꾸어야한다.


마음의 화단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가꾸고 되돌아봐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농부의 손길과 정성으로 범벅이된 흙 위에서 땀으로 가꾸어진 화초(花草)처럼, 우리 자신의 삶을 윤택(潤澤)하게 가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幸), 불행(不幸)의 선택은 누구의 선택이 아니라 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가꾸냐? 는 나에 관련된 문제(問題)이다. 그에는 남녀노소(男女老少)의 성별과 나이도, 황혼기도 없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여 성실한 사람,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아는 사람, 자기 일에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몰두하되 옆과 뒤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가슴은 따듯하되 사리판단(事理判斷)이 냉철한 사람, 그가 곧 이 시대 최고의 멋쟁이며,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소중한 사람이다.


돌아오는 7월 2일(음력 5월 15일)은 내 생일이다. 한 살 더 많이 먹었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적막(寂寞)한 나이지만 세상의 첫 아침을 향하여 눈을 뜨면서 아침 햇살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는 풍요(豊饒)로운 정신(精神)을 마음의 화단에 가꾸어 나가련다.

- 2023년 5월 17일 웅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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