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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11시간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

샤프심 통 같은 사람

정숙아.

 

응.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글쎄...     


이게 뭔지 알아?    


샤프심 통이네.     


근데 이 샤프심 통에는 샤프심이 없어. 


그럼 어떻게 할래?     


버리지.     


맞아, 이건 그냥 쓰레기야.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 아닐까?

빈 샤프심 통처럼 버려지고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그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쓸모 있는 사람이겠네.    

 

우와~맞아. 정답이야. 역시 정숙이는 똑똑해.   

   

샤프심이 가득 찬 샤프심 통 같은 그런 사람.   


        

그런데 말이야. 

중요한 건 샤프심이 아니야.

샤프심이 많아도 꺼내서 주지 않으면 그 역시도 쓸모가 없거든.

뚜껑이 고장 나 샤프심을 주지 않으면 그 역시 버려지는 쓰레기일 뿐이지. 

     

소유보다 나눔이 중요해.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이웃에게도 혹은 나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누군가에게 조차. 

     


근데 너무 가난해서 남에게 줄 것이 없는 사람은 어쩌지?   

  

남에게 줄 것이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세상에 없어.  

   

아닌데, 내가 아는 아줌마 중에 정말 어려운 사람 많은데.  


...         

너 수원 역에 노숙자 분들 많은 거 알지? 

    

알지.    

 

지난번에 수원 역을 지나다가 참 놀라운 광경을 봤거든. 

    

뭘?     


한 노숙자분이 다른 노숙자분이 다가오니까 자기가 덥고 있던 박스 하나를 내밀더라고.

박스를 받고 옆에 기대앉은 분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붕어빵 한 봉지를 꺼내더니 나눠주더라고.

그때 알았어.

노숙자도 줄게 있다는 걸.     

 

아~그러네. 가난해도 줄게 있네.     

      

정숙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샤프심 통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음, 멋있네.     


내가 너무 감상적인가?  

   

당신은 늘 그런데 뭘.     


근데 내가 실제로는 그렇게 잘 못살아서 참 그래.   

  

걱정 마, 좋은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이 올까?     


...

올 거야.

기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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