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하고 있는 현재 증상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아니면 치료가 요구되는 수준인지 판단하게 어려운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은 우울증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
사람은 모두 우울을 경험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을 모두 우울증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울감은 날씨, 우울증은 계절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울감
같은 봄이라도 여러가지 날씨가 오고갈 수 있죠. 때로는 미세먼지와 황사가 괴롭히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늦은 눈이 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봄은 따뜻하고, 평온한 날씨를 유지한다. 우울감은 잠시 찾아와 나를 괴롭히고 가는 미세먼지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
우울증은 잠시 찾아오는 미세먼지 같은 날씨가 아닙니다. 우울증 환자는 긴 겨울을 경험합니다. 겨울 속에서도 해가 뜨고, 때로는 꽤 기분좋은 시원한 날씨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은 대체로 춥고, 거칠죠. 우울증은 오랜기간 지속되는 추운 겨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병이다.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일상생활을 방해할만한 뚜렷한 기능저하를 보이는가'입니다.
종이에 손을 베인 것이 우울감이라면, 칼에 손을 베여 오랜시간 생활에 불편감을 겪는 것이 우울증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에 따른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A. 다음의 증상 가운데 5가지(또는 그 이상)의 증상이 2주 연속으로 지속되며 이전의 기능 상태와 비교할 때 변화를 보이는 경우, 증상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1) 우울 기분이거나 (2) 흥미나 즐거움이 상실이어야 한다.
1.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 기분에 대해 주관적으로 보고(예: 슬픔, 공허감, 절망감) 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됨(예: 눈물 흘림)
(주의점: 아동 청소년의 경우는 과민한 기분으로 나타나기도 함)
2.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해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됨.
3. 체중 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 있는 체중의 감소(예: 1개월 동안 5% 이상의 체중 변화)나 체중의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의 감소나 증가가 있음
(주의점: 아동에서는 체중 증가가 기대치에 미달되는 경우)
4.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다수면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함. 단지 주관적인 좌불안석 또는 처지는 느낌뿐만이 아님)
6. 거의 매일 나타나는 피로나 활력의 상실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망상적일 수도 있는)을 느낌(단순히 병이 있다는데 대한 자책이나 죄책감이 아님)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담함(주관적인 호소나 객관적인 관찰 가능함)
9.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단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 사고. 또는 자살 시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B.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C. 삽화가 물질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다.
D. 주요우울 삽화가 조현정동장애, 조현병, 조현양상장애, 망상장애, 달리 명시된, 또는 명시되지 않는 조현병 스펙트럼 및 기타 정신병적 장애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E. 조증 삽화 혹은 경조증 삽화가 존재한적이 없다.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우울증
이렇듯 우울감은 불편하지만 일상에서 충분히 다루고,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우울증은 감정적인 영역을 넘어서서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래와 같은 모습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위생 관리가 어려워진다.
집중력이 감소된다.
자꾸 깜빡깜빡한다.
과도하게 초초한 모습을 보이거나, 과도하게 둔한 모습을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
수면시간이 과도하게 줄어들거나, 늘어난다.
밥을 과도하게 먹거나, 너무 적게 먹어 체중에 변화가 생긴다.
평소 재밌어하던 것이 아무것도 재미가 없다.
우울증은 치료 받아야 한다.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때때로 의지의 영역에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지로 내가 우울감을 이겨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병이라고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맹장수술을 받지 않고, 맹장을 이겨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우울증도 의지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는 의지로 우울증을 이겨내기는 힘들지만, 우울증 치료를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를 생각한다는 것이 회복이 첫 걸음입니다. 큰 용기를 낸 막막한 여러분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