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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도 외로울 땐

나를 알아가고 나와 친해지기

by 소심천 Dec 18. 2024

외로움이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둘이 되고, 셋이 되고, 여럿이 되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로울 수 있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외로움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외로움이란 '나 스스로와 친하지 않아 공허한 감정'이다.




취업을 하면서 난생처음으로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독립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동기도 없이 오지로 발령이 나면서 갑작스럽게도 철저한 고립의 삶을 맞닥뜨렸다. 친구도 좋아하고, 만남도 좋아하는 내게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채 그 모든 편안한 소통의 단절은 외로움과 정면으로 마주할 기회가 되었다.


외로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니 어쩌면 그의 눈에 내가 보이지 않길 바라며 나는 주말마다 약속을 잡고, 고향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술을 먹었다. 평일은 근처에 만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월요일부터 금요일에 이르는 그 시간은 숨을 후욱 들이마시고, 주말이 오기 전까지 일-집의 생활을 반복하며 그 인내의 시간들을 꼭꼭 씹지도 않은 채 꿀떡꿀떡 삼켜버렸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기를 수개월이 지나자 나는 알게 되었다. 주말마다 아득바득 친구를 만나도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내 진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도 내가 느끼는 이 외로움과 공허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구나.


그럼 이 외로움은 뭐지? 친구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면 해소되는 게 아니었나?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거지?


누군가가 해소해 줄 수 없는 감정이라면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 생각에 이르자 나는 나와 약속을 잡고, 나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이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퇴근하고 조금이라도 책을 보고, 일기를 쓰고, 눈을 감은 채 생각을 정리하였다. 주말에 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나와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


그렇다고 그 이후로,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마 앞으로도) 아예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해왔고, 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고,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정말 끊임없이 들여다 봐 주어야 하는 존재이다.

설령 몇 년 전에 나 스스로와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하더라도 지금 그러지 않고 있다면 다시금 멀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듯 나와의 관계도 동일하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고독하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다.

외로움의 정도와 방향은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자신의 외로움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은 본인의 방식대로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 스스로와 친한 사람일수록 그들은 외로움을, 고독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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