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stellar’
요 근래에 들어 육아유튜브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유를 한참을 모르고 지내다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이것 또한 내 결핍에서부터 온 것이구나.
저는 사랑을 받는 아이를 보며 나도 저렇게 사랑을 줘야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랑받는 아이를 보며, 나도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나는 꼭 언젠가 아이에게 저런 사랑을 주어야지라고요. 어쩌면 이미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기와 조건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다소 우여곡절이 많고 드라마로 집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태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물론 이러한 가정에서도 저는 남들과 비슷하게 컸습니다. 불운했어도, 남들과 비슷한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제가 가진 장점과 행운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사랑이 없는 두 분이셨습니다. 오로지 잃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하는 수 없이 공존하는 느낌이 더 맞는 말 같습니다. 저는 그 두 분의 위태로운 관계 속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으셨습니다. 사랑을 배우지 못하셨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네요. 사랑을 배우지 못한 자에게는, 그 사람의 곁을 떠나지 않고 머무르는 것이 사랑의 최선이자 사랑의 종착점이었으니까요.
어머니는 외로움에 평생을 시달리셨습니다. 잡히지 않는 남편을 곁에 두며, 언젠간 떠날 자식들과 순간들을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 적어도 제 눈으로 느낀 어머니는 그랬습니다.
이 영화를 제 첫 후기 글의 소재로 고른 것도 그 이유입니다. 사랑이 없는 사람들 속에서 자란 제가 바라본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은 허상처럼 보였기에 더더욱 신비로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영화 자체가 허상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적어도 제가 살아온 삶에 기반한 그러한 형태의 사랑은 목격된 적이 없기에 더더욱 신비롭고 다른 과학적 지식보다도 초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Murphy's Law doesn't mean that something bad will happen. It means that whatever can happen will happen.
머피의 법칙은 오로지 불운을 의미하지 않아. 무엇이든 발생할 일은 발생한다는 걸 의미하지.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테마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랑]과 [우주]입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그저 흔한 감정과 거대하고 무한한 우주로 보이기도, 혹은 사랑이 결국에는 우주의 무한함을 집어삼켜서 이겨냈다고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눈엔 사랑이 우주와 비겼다는 말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사랑이 우주를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주 안에도 우주의 먼지와 모든 것들만의 사랑이, 그리고 인간 세계에서는 부녀만의 사랑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끝없는 시간을 지탱하며 버티는 공간 속에는 인간 간의 감정만큼의 깊고 복잡함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어서 인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후기글들은, 사랑이 대단했기에 넘나들 수 없는 시간선을 넘어가서 딸을 만난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글들을 보는 제 눈에는, 이상하리만치 축 처지고 기운 빠지는 생각들이 보였습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저런 아버지는 비현실적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라고요.
제 눈에 영화 속 아버지의 사랑은 우주와 같았습니다. 그만큼 끝도 없어서가 아닌, 비현실적 그 자체라서요.
우주 영화를 보면서 사랑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사랑이 없는 관계 속에서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이 많은 아이로 운 좋게 자란 탓인지, 우주 영화 속 사랑이 비현실적이게 다가오면서도 그립습니다. 가져본 것도 없는 것이.
제가 앞으로 연재할 글은 제 인생, 제 결핍, 혹은 누군가의 인생, 누군가의 결핍에 기반한 영화 후기 글들입니다. 공감이 안 되는 감정선이라면 그건 여러분들의 행운이자 축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몇 개의 글들에서는 제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차근차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보는 이가 없다고 해도, 꼭 세상 밖에 드러내고 싶은 시간들입니다.
(분량 짧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첫 글인 만큼 두서가 없을 수도 있고, 제 감정에 충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후기글이라는 목적성에 빗나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