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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교사 일기 03화

학급임원선거

학급의 행방이 달린 중요한 일정!

by 째비의 교사일기

금요일에는 임원선거가 있었습니다. 바쁘게 일정들을 소화하느라 서로 알아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사일정상 금요일날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반에서 학급임원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학급에 관심이 많고, 담임을 많이 도와주는 학생이 학급임원이 된다면, 담임 입장에서 1년이 매우 편합니다. 그리고 학급 임원은 반의 거울입니다. 학급임원이 예의 바르고, 교사를 존중한다면 그 반 대체로 학생들의 태도가 좋습니다. 그래서 임원선거는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발령 난 첫 해의 임원선거는 처참하게 망했습니다. 학급임원을 지원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았더니, 전교에서 제일 말썽꾸러기가 반장이 되었습니다. 학습태도, 교사를 대하는 태도, 학급 분위기 모두가 가벼워졌습니다. 물론 저의 부족함도 컸습니다. 제대로 된 규칙도, 학생을 대함에 있어서 능숙하지 못함도 있었지만, 반장이 주는 영향은 생각 외로 어마무시했습니다. 그 일을 겪고부터는 반장 투표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반장투표는 진지해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다음 해는 반장투표에 진지함과 정성을 가미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제가 보기에 학급에 도움이 될 것 같은 학생들에게 학급 임원을 해보라고 적극 어필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지원서를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지원 동기, 본인의 장단점, 하고 싶은 학급활동 등을 작성해야 했기에 생각 없이 지원하는 친구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한 노력의 효과는 굉장했습니다. 학급 임원으로 선출된 학생은 불평불만 없이 학급을 위해 봉사해 주었고, 덕분에 일 년 동안 너무 편하게 담임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반장선거에는 열정 가득한 학생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작년에도 임원이었던 학생들이 대거 후보등록을 하여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습니다. 거가 시작되고 후보를 한 명씩 불러냈습니다. 알고 지내던 친구들 이어도 많은 사람 앞에 서는 일은 부끄럽고 떨리는지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열심히 적은 지원서를 떨리는 손으로 붙잡고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떼어내며 자신을 어필합니다. 각 후보들의 공약발표가 끝나고 투표를 시작했습니다. 투표지를 걷은 뒤 도우미 학생 한 명은 개봉하고, 다른 한 명은 작대기를 긋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후보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들리는 환호, 원하지 않는 후보가 들릴 때의 비명 소리가 반을 가득 메웁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임원 선출이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반이 제발 잘 굴러가길 기도하는 일뿐입니다.


올해도 훌륭한 임원들과 아무 탈 없는 행복한 일 년을 선물 받고, 저 역시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학급의 일 년 중에서 큰 일 하나를 마무리한 만큼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남은 일들도 잘 마무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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