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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교사 일기 02화

졸업생이 찾아왔다.

이게 교사의 보람인가?

by 째비의 교사일기

첫 발령이 나자마자 2학년 담임을 맡았습니다. 신규라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작년에 해보신 선생님께서는 지금 2학년이 제일 문제 학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기존 선생님들께서는 다 기피하셨고, 결국 작년에 계신 선생님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입 또는 신규 선생님들로 어벤저스가 구성되었습니다. 2학년에 대한 소문들에 많이들 겁을 먹으셨지만, 다 같이 파이팅 해보자고 힘을 모았습니다. 선생님들은 모두 선하고 좋았지만. 그게 문제였을까요.. 질풍노도의 2학년을 억제할 억제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담임선생님들은 자기 반을 바로잡기 위해서 모든 힘을 기에, 다른 반 학생을 훈계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임선생님도 쉽게 아는 학생들은 다른 선생님들까지 편하고 쉽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의 수업태도, 쉬는 시간마다 일어나는 과한 장난들은 2학년실 분위기를 미쳐가게 만들었습니다. 매일 지도하는 숨 막히는 일상들이 진절머리가 날 때쯤 학생들의 학년이 올라갔습니다.


다행히도 2학년 학생들은 학년이 바뀌자마자 차분해졌고 사고의 빈도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진작에 그러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차분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2학년 때 모든 감정을 토해냈기 때문 아닐까요..? 우리를 괴롭혔던 2학년들은 무탈하게 24년도를 보냈답니다~


25년이 된 올해, 신학기라 정신이 없었는데 익은 얼굴이 학년실에 들어왔습니다. 제 손으로 빚어낸 첫 졸업생입니다. 장난기도 많으며 건들거리고 학교도 자주 도망 나가던 학생이라 애좀 먹었었는데, 늠름해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저기 먼 시골학교로 갔다는데 잘 적응 중인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습니다. 쫓아다니며 학교 나와라, 담배 끊어라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성장해서 저를 기억해 주고 찾아오니 너무 고마웠습니다. 철없어 보이던 학생도 자기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던 교사는 알아보나 봅니다. 다음 교시에 수업이 있어서 더 깊은 대화는 못 나눴지만 짧지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게 교사의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에는 제 인생 두 번째 졸업생이 생깁니다. 제가 뭐 학생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주지는 못했겠지만 저의 자식들을 내보내는 느낌입니다. 제게 돌아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리고 씩씩히 자기들의 인생을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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