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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교사 일기 01화

개학

두렵지만 설레는 시작

by 째비의 교사일기

교사일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며 시작한 일 년, 좋은 학생들을 만나며 행복했던 일 년, 또 시작된 일 년. 교사는 매해가 새롭습니다. 새로 오시는 선생님들, 학년이 바뀌며 새로 보는 학생들, 달라지는 업무까지.. 교사는 매번 새롭습니다.


2학년 담임을 계속 맡고 있는데, 소위 기피학년입니다. 북한이 침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중2가 무서워서라는 농담도 있듯, 학생의 정서와 태도가 가장 많이 변하는 시기입니다. 학생의 태도가 너무 불량해 부모님께 전화해 보면 제게 하소연을 하시기도 합니다. 본인도 죽겠다며 집만 오면 성질부리고, 말도 안 하고 아주 돌아버리겠다고 합니다. 그런 것 보면 참 우리 부모님들도 많이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이 가장 급변하는 이 시기에 담임을 맡는다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뿌듯하기도 합니다.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가는 학생을 설득하고 혼도 내서 바른 방향으로 보내면, 학생도 저의 진심을 알고 달라질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 과정은 절대 쉽지 않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제 말을 듣지 않는 학생, 제게 욕설을 했던 학생, 학생의 편만 드는 학부모님까지 너무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학생들이 내게 했던 모진 행동들이 떠올라 쉬는 시간에 혼자 울기도 했습니다. 집에 와서도 다음날 출근할 생각에 편히 잠조차 못 잤던 것 같습니다.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 중학교 때 나의 은사님께 용기 내 전화를 걸었습니다. 중후하며 차분하신 목소리는 그간 쌓였던 설움을 녹아내렸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많이 힘들 거라며 본인도 교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많이 힘들었다며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그때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힘들 수밖에 없는 시기이며 교사라는 직업이 원래 많은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고 당부해 주셨습니다.


한 번 더 힘내보기로 결심했었습니다. 그로부터 더 진심으로 학생을 대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의 겉만 보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아픔에 다가갔습니다. 학생의 이상행동의 대부분은 결핍으로부터 시작되더라고요. 자신만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어렸을 때 학대받던 아이들, 부모님의 사랑이 고픈 아이들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은 현실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어린들이 본인의 아픔을 알아주고 달래주기를 바라며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학생의 아픔에 다가가자 학생들은 마음을 열고 저와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학생들을 상담하고 지도하면서 미약하게나마 교사로서의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제 목표는 학생의 인생을 바꾸는 것인데 은사님이 제 인생을 바꿔주셨기에 이런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을 가지고 있던 학생이 간호사라는 꿈을 가졌고, 방황하며 학교를 나오지 않던 학생이 학생회 간부가 되어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꿈을 헤매는 학생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교사는 힘들고 어렵습니다. 바뀌지 않는 학생들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 한 학생의 인생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한까지는 이 길을 계속 걸어가려 합니다. 25년 올해에도 저는 담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또 학생의 인생을 바꿀 기회가 생긴 거겠죠? 아직도 학생들에게 받은 상처가 다 아물지는 않았지만 그걸로 변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꽃이 필 수 있게끔 햇빛이 되고, 거름이 되고, 물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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