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준비해야 할까?
이번 주부터는 학부모 상담주간입니다. 첫 발령 때만 하더라도 가장 긴장되는 시기중 하나였습니다. 무슨 말로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학생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2주밖에 없었는데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전 소극적이라 치과에 전화예약 할 때도 심호흡을 몇 번 하고 거는 사람이어서 많이 불안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담임 선생님들은 상담이 많아야 10-12개 사이였다면, 저는 학생 30명 중 18분의 학부모님들이 상담 신청을 해주셨고, 그중 방문 상담은 3분이셨습니다.
신규 교사 때 첫 상담 전화는 우리 반에서 조용하고 소심한 학생의 부모님이었습니다. 첫 물꼬는 방긋 웃으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로 시작하였습니다. 학부모님도 웃음소리에 긴장이 풀리셨는지 아이와 관련한 폭풍질문과 얘기들이 쏟아졌습니다. 잘 적응 중인지, 친한 친구랑 같은 반이 아니라 걱정되신다는 말씀, 선생님과 관련한 얘기를 많이 한다는 등.. 오히려 내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님이 주가 되어 상담이 진행되었습니다. 오히려 대화를 주도해 주시니 편하고 학생과 관련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긴장되는 첫 전화였지만 학생에 대해서 알게 된 내용, 조심해야 할 부분들은 기록하고 상담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대부분 상담시간은 제가 주가 되기보다는 학부모님들이 주가 되셔서 학생과 관련한 얘기들을 들려주십니다. 어렸을 때 무엇을 했는지, 중학교 올라와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집에서는 어떤지와 같은 학교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학생의 진짜 모습을 듣곤 합니다.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키우고, 사랑해 오셨는지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상담 전화의 본 의도도 선생님~ 우리 아이 잘 신경 써주셨으면 합니다!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전화가 끝나고 나면 평범한 한 학생에서 한 가정의 소중한 구성원으로서 학생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더 아껴줘야겠다, 최선을 다해서 지도해야겠다 다짐합니다.
이번 상담주간에는 생각보다 적은 수의 상담신청을 받았습니다. 방문 상담도 없고요. 몸은 편하기는 하지만 더 많은 학부모님들과 소통하여 학생 한 명 한 명 깊게 알아갈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다음 학기 상담 때는 더 많은 상담이 오길 기다리며 학생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