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교육은 죽었다.
옛날에는 학생이어서 교육에 대해서 생각이 많았고, 요즘은 교사가 되어 교육현장에 있으니 교육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나이와 신분이 달라졌지만 교육에 대한 본질적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지금 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용지물이라는 것입니다.
학생 때는 당연히 공부가 싫었습니다. 공부가 싫었던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죽은 눈으로 듣는 수업들, 끝없이 반복되는 숨 막히는 시험 기간들, 성적이 마치 내 인생의 전부다라는 압박감과 남들과의 비교.. 그저 남들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한 공부를 했습니다. 학생 때 내겐 공부란 내 뒤에 더 많은 사람들을 세우기 위한 목적 없는 공부였습니다. 굳이 없는 목적을 만들어내 본다면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사범대학이 있는 좋은 대학교요.
학생 때 회의감이 든 것은 공부의 목적이 상위 급에 도달하는 것으로 강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가려고, 중학교에서는 고등학교 가려고, 고등학교에서는 대학교 가기 위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범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이전에 배운 모든 내용은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내 머리를 괴롭혔던 수학 공식들, 전공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비문학들은 더 이상 내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가장 소중한 세월을 풀리지도 않는 수학문제들을 붙잡고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보내야만 했을까요?
교사가 되어서도 교육에 대한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교육은 학생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학원을 다니고, 숙제를 하고, 피로에 찌들어 있습니다. 학기 초에 자기소개서를 걷어오면 학생 10중 9는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반에서 최하위권인 학생조차도 본인 의지와 다르게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학원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에 불과합니다. 이런 안도감은 천천히 학생의 자율성을 앗아갑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는 방법 모두를 앗아갑니다. 학생에게 남은 것은 학원을 그만두면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과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기 통제성의 상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