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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교사 일기 06화

교육이란 무엇일까? (2)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 자율성

by 째비의 교사일기

교육에서의 자율성은 꼭 필요합니다. '스스로' 목적을 설정한다라는 의미와 목적을 달성할 방법을 '스스로' 안다는 것 모두를 포괄합니다. 한국 교육에서의 자율성은 상실된 지 오래입니다. 대학교는 필수라는 의식과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 치르는 관문인 수능은 교육이라는 강을 댐으로 가두어버렸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대학교로만 흐르게 되어 있으며, 의치한이 아닌 다른 계열은 고이다 못해 녹조가 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이 원래 의사였을 까요? 학생들의 꿈이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으로 왜 한정되어야 할까요? 대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학생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학생들은 대학교에 들어간 순간 자신의 꿈을 찾고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요?


자율성 없이 자라온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아이 같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회복탄력성이 없습니다. 온실 속 화초에서 자랐기에 역경이 존재하는 자연에서 어떻게 양분을 얻어야 하는지, 거친 바람을 어떻게 견디는지는 관심 밖입니다. 조금이라도 힘들면 다시 온실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2030 세대에서 캥거루 족이 많아진 건 우연이 아닙니다.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높은 대학과 특정 직업만을 추구하는 우선순위가 변하지 않으면 미래는 더 어두워질 것입니다. 하고 싶어 하는 일과 적성을 발견하는 연령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고, 부모의 품 안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청년은 더 많아질 것이고, 이는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큰 위기인 혼인률과 출산율, 국가 경쟁력 감소에 기름을 부을 것입니다.


부모 또는 교육자라면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는 제 담임을 하면서 가장 중점으로 두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겐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가 잘하지 않는가는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상담을 하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이것들을 더 잘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만약 공부를 잘한다면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꼭 물어봅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공부는 나중에 큰 반항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공부가 적성인 아이는 그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고, 공부가 적성이 아닌 아이는 좋아하는 다른 일을 찾아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합니다. 어른이 되어서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때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볼 기회를 줘야 합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은 의무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고등학교까지 배우고 있는 공부는 이와 관련한 전공이 아니라면 상위 단계를 밟아갈수록 무용지물이 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진학률은 초등학교 100%, 중학교 95.8%, 고등학교 93.9%, 고등교육기관 75%입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고등학교까지는 거의 다 진학한다는 소리입니다. 의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소수의 특성화고를 제외한다면 학생들은 수능을 위해 설계된 삶을 살아갑니다. 개성은 없어지고, 사고는 경직되어 버립니다. 수능에 기반한 고등교육의 의무화 기풍이 유지된다면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이 찍어낸 인형에 전락해 버립니다.


'사회화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초, 중학교까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가기 위해 필요한 규율, 상식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작은 공동체로서 역할은 학교만이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끼리 부대끼면서 다양한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고, 역할 모델로서 교사를 만다는 것은 사회화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또한 학교에서 배우거나 할 수 있는 여러 커리큘럼들은 학생을 한층 성장시킵니다. 다양한 교과는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늘리고, 자신의 흥미를 발견하도록 돕습니다.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동아리와 반장, 회장과 같은 학급임원의 경험들은 학생에게 책임감과 끈기, 갈등해결능력을 길러줍니다. 그러나 학교의 기능이 수능을 향한 길로만 놓일 경우 전통적인 학교교육의 의미는 상실됩니다.


숨 막히는 교육의 열기 속에서의 아이들은 학교가 싫어지고 재미가 없어집니다. 학교에서의 담임 선생님은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하고, 교과 선생님들은 학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선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가르침은 기대할 수 없고, 학원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자료도 없습니다. 국, 영, 수가 아니라면 다 필요 없는 과목이라 생각하며 자거나 학원 숙제를 풀기 바쁩니다. 매번 통제를 하면 수업 진도를 나갈 수 없기에 교사도 숙제를 하거나 자는 학생을 포기하고 방관하기에 이릅니다. 교사도 학생도 그리고 부모까지도 행복해질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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