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감상 [★4.0]
하늘과 모래 바람과 별과 액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퓨리오사는 어린 시절 납치되어 고향을 잃고, 폭군 디멘투스와의 악연 속에 복수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퓨리오사는 무법의 세기말 세계에서 살아남으며 정의와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
한 줄 평을 하자면, 오덕이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질주와 액션을 굉장히 좋아하는 변태가 영화 제작에 관여한 듯한 느낌 말이다.
가장 좋은 점은 다른 걸 다 배제하고, 퓨리오사라는 인물의 위대한 서사를 보여주기 위해 집중했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철학을 담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조금만 대사가 길어진다 싶으면 바로 부릉부릉 폭주족이 나타났다.
반면 영화에 담긴 스토리는 꽤나 클래식하다. 영웅 서사에 들어가는 클리셰가 많이 들어가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나 연인의 죽음이라든지, 심경의 변화와 발을 맞춘 헤어 스타일의 역변이라든지···.
하지만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사건에 집중한 것이 아니다. 전작에서 조력자의 역할에 그쳤던 퓨리오사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이것이 진정한 걸크러시가 아닐까? 한 발의 총알도 허투루 쓰지 않는 퓨리오사의 모습은 매력이 넘친다. 무표정으로 그 어렵다는 1종 전투 트럭을 모는 퓨리오사는 액셀을 밟는 것마저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특히 퓨리오사가 전투 트럭 밑에 매달려 시작하는 전투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눈 뜰 새도 없이 화려한 액션 씬이 휘몰아친다. 촬영 현장을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제작진의 노고가 다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트럭에서의 전투 장면은 액션 영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전투에 쓰이는 기물이 굉장히 다양하고, '이걸 쓰나?' 싶은 도구마저 쓴다는 점인데 이를 충실하게 지켰다.
존 윅이 연필로 사람을 처리하듯 트럭의 장식품 마저 사람을 꿰뚫기에 충분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긴박한 카메라의 움직임도 감칠맛을 더해준다.
광활했던 전투들이 끝나고 복수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과하지 않고 좋았다. 앞의 장면들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대미인 디멘투스와의 싸움이 심심해 보이긴 했지만, 모래 바람이라는 또 다른 매복병에도 흔들림 없는 퓨리오사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싸움 끝에 디멘투스가 "너는 나와 같아!!"라며 가스라이팅을 시도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전혀 다르다. 아무리 적이라도 불필요한 피를 흘리지도 않고, 복수도 딱 이에는 이 눈에는 눈까지만 한다. 선을 넘지 않는 퓨리오사의 모습에선 한 떨기 고결함 마저 느껴진다.
'퓨리오사'라는 강렬한 캐릭터와 함께 달리다 보면, 어느새 나도 퓨리오사와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모래바람과 배기음이 가득한 새로운 세계에 초대받은 기분이었다.
퓨리오사의 여정은 단순히 개인의 복수로 끝나지 않고, 정의와 희망의 불씨를 남긴다. 이런 일대기가 결국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라는 우리가 익히 아는 또 다른 대서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보는 내가 뿌듯했다.
액션과 질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다.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황무지에서의 대여정···. 분명 긴 러닝타임을 뛰어넘을 짜릿함을 가져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