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7> 감상 [★4.0]

1917이 원테이크로 찍힌 이유

by 뜨왈기


1917은 유사 원테이크로 찍혔다. 원테이크란 촬영을 할 때 끊김 없이 하나의 컷으로 촬영하는 기법을 말한다.

왜 하필이면 원테이크일까? 배우의 혹독한 숙련과 촬영자의 테크닉을 자랑하기 위해서?


아니다, 원테이크로 찍힌 것은 다분히 의도된 일이다! 바로 끝나지 않는 전쟁을 형상화한 것이다. 즉 이 영화가 전달하는 가장 큰 의미는, 전쟁의 영속성이다. 이에 대해서는 글의 마지막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영화의 극 초반, 죽음에 대한 이미지는 점진적으로 강해진다. 처음엔 병사 몇이 죽었다는 소식, 말의 사체, 사람의 시체⋯. 이렇듯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죽음에 대한 이미지는 묘한 스릴감을 준다.


중반은 조금 지루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몇몇 장면이 어색하고, 작위적이다.


어색한 부분은 몇몇 장면의 카메라 구도다. 가령 블레이크가 죽은 직후 다른 아군을 만나는 장면은, 지팡이를 든 아군은 일어서 있고 주인공 스코필드는 앉아 있어 아군의 허리가 잘린 채 하반신만 비친다.


어설프게 허리가 잘려서 '얼굴을 감추려는 의도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하고는 바로 다음 장면에 얼굴을 공개해 버린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나 중요한 사람도 아니었다.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없다.


작위적인 부분은 이 부분이다. 마침 강으로 가야 하는데 우연히 강에 빠지고, 마침 숲으로 가야 하는데 우연히 숲을 헤맨다.


결국 우연과 우연이 겹쳐 목적지에 도달한다. 차라리 스코필드가 "아, 어차피 강으로 가야 하지! 이왕 쫓기는 김에 그냥 강에 뛰어들어야겠다."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었으면 괜찮았겠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그뿐 아니라 초반부 블레이크가 말한 '꽃이 눈처럼 휘날리는 장면'을 혼자가 된 스코필드가 감상하는 장면도 그렇다. 작위적임을 잊을 만큼 감동적인 연출로 마음을 울렸다면 좋았을 것이다. 한데 너무 무던하게 지나간다.


또, 스코필드의 피가 묻은 손이 시간이 흘러도 갈색 내지는 검은색으로 변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 피가 굳으면서 검게 변하는 디테일이 있었으면 섬세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킥은 있었다. 1917의 명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마지막 장면이다.

새하얀 흰 참호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이제는 끝났겠지?' 생각하며 스크린에 눈을 고정해도 끝이 없다.

총성과 폭발음을 뒤로하고 멕켄지 중령을 찾기 위해 달린다. 새하얀 참호가 눈을 멀게 할 것만 같다. 영화 특유의 빛바랜 색감과 어지러운 흰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그렇게 역경과 또 다른 역경을 디디고,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한다. 끝이다. 이윽고 모든 것이 끝났다···.

매켄지는 공격 중지 명령을 내린다.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릴 듯 보인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진다.

당장의 공격이 중지되었을 뿐,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온 전령은 주인공 스코필드가 처음이 아니었다. 다음 주가 되면 공격 명령은 또다시 내려진다.

이 전쟁은, 마지막 하나가 남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것이다. 허무하고 또 공허하다. 숙원을 마친 스코필드는 초연히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 장면은 시작과 이어진다. 영화의 맨 처음 장면을 기억하는가? 스코필드가 눈을 감고 선잠을 자는 장면이다. 이렇듯 시작과 끝이 맞물리며 다시 한번 영속성이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 전쟁은 우리 내면의 전쟁일 수도, 바깥의 전쟁일 수도 있다.


끝이 난 줄 알았던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 우리는 끝나지 않는 전쟁 속에 영원히 살아간다.


<1917>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전쟁의 영속성을 잘 대변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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