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만났다
간호사 이민은 영구영주권이라 하여 10년 기한이 있지만 얼마든지 10년 후엔 갱신을 할 수 있고 또 5년 이후부터는 시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기에 시민권 신청을 하면 시민권자가 될 수 있다.
영주권으로 갱신을 할지, 시민권을 신청할지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본 끝에 시민권을 신청하기로 했다.
감사하게도 한인봉사센터라는 곳에서 자원 봉사자들 통해 무료로 시민권 신청 절차도 도와주고 법률 상담도해주었다.
시민권 신청서 N-400 서류를 작성하고 증명서류와 신청비 $725을 결제해서 이민국에 보내고 이민국에서 진행에 따른 편지가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신청비가 꽤나 비싸다 , 환전해 보니 1인당 108만 원이다.. 신청비만 해도 사실 4 식구라 꽤 부담이 되지만 이 또한 점점 가격이 오른다니 빨리 신청하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신청과 함께 프린트물과 같은 작은 책자를 받게 되는데 시민권 인터뷰 때 테스트받을 시험문제와 답이 적혀있는 책자이다.
미국 정부와 역사에 대한 것으로 100문항 중 10개 문항을 물어보고 6개 이상은 맞춰야 다음
단계인 읽기 , 쓰기 시험으로 넘어간다.
아이들은 역시나 걱정이 없다.
평소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social study라고 사회과목에서 미국 역사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시험본 경험이 있기에 시민권 시험 100문제와 답이
생소한 내용이 아니다. 또한 영어로 물어보고 듣고 답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으랴 , 문제는 남편이었다.
사실 시민권 시험에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 시험관의 영어발음을 못 알아 들어서 아는 문제인데도 답을 못해 떨어지기도 하고 읽기나 쓰기 부분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들었다.
그런 경우 한 번 더 기회를 주지만 두 번 떨어진 경우는 다시 비싼 신청비를 내고 재신청해야 한다고 들었다.
시민권 신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 얼굴 사진과 지문등록 하라고 letter 가 오고 두 달이나 지났을까 시민권 인터뷰 예약날짜 편지들이 왔다.
남편과 나는 책자를 보고 외우고 꽤나 애를 써서 시험공부를 했다.
당신이 살고 있는 주의 주지사의 이름은?
미국 상원 의원은 몇 명인가요?
상원 의원 한 사람 이름을 말하시오.
세금 보고 만기일은 언제 인지?
미국 독립기념일은 언제인지?
사실, 정말로 역사 시험공부를 영어로 다시 하는 듯했다. 내 영어 실력도 주로 병원 관련 의학용어로 주로 알고 있는터라 상원의원이며 사람 이름이며 모든 역사와 정치 관련한 단어를 하나하나 찾고 외우고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나 같은 경우는 간호사 이민을 위해 아이엘츠라는 영어시험 점수가 비자스크린을 위해 꼭 필요했기에 전화 영어로 필리핀 선생님과 듣고 말하기를 꽤나 연습하고 왔지만 , 남편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도 미국에 가면 자연스럽게 늘겠지 하는 마음으로 전혀 준비를 안 했기에 사실 영어로 인터뷰를 보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시민권 시험 당일날,
배부된 번호가 호명되기를 다 같이 기다리는데 예정된 시간과 달리 남편 번호가 제일 먼저 불린 것이다. 아뿔싸!!
면접관이 번호를 부르면 그 면접관을 따라 각자 방으로 들어가 시험을 보게 된다. 우리의 예상은 내가 제일 먼저 접수했기에 제일 먼저 불려 들어가 시험을 보고 나와 무슨 문제를 물었는지 읽기며 쓰기는 무얼 물었는지 기억해 와서 남편에게 조금이나마 예상 문제를 짐작시키게 하는 것이었는데 …
남편뿐 아니라 온 식구가 당황을 하였다.
키가 좀 작고 체구가 왜소한 백인 면접관이었다.
40분이나 지났을까…다른 사람들은 길어야 15분 20분이었다. 시간이 길어지니 속으로 많이 걱정이 되었다.
남편이 드디어 벌게진 얼굴로 나와 그 면접관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며 몇 번이고 땡큐땡큐를 외쳤다.
그러고서는 여보, 나 예수님을 만났어요 가 첫마디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처음 6문제는 한번 물음에 바로바로 정답을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고서 문장을 태블릿으로 보여주고 읽기도 무사히 통과하였는데 듣고 받아쓰기 시험에서 두 번이나 못 알아들어 틀렸다고 한다.
남편 말로는 what? what? 을 몇 번이나 연발하면서
속으로 아, 떨어지겠구나 했는데 그 면접관이 태블릿을 계속 뒤로 넘기며 제일 쉬운 문장을 찾아 주느라 10여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러고 제일 쉬운 문장을 읽어주고 받아쓴 덕분에 패스되었다고 했다. 아마 100문제 문제와 답은 너무나 철저히 공부해 왔는데 영어 듣기가 안되는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 같다.
그렇게 애써 도와주려고 한 면접관 얼굴이 예수님
얼굴 같았다고 …
무사히 시험을 모두 마치고 법정에 모여 판사 앞에서
선서를 하고 시민권 증서를 받아왔다. 종이 한 장인데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천 공항 주변에서 산 2만 원짜리 천으로 된 커다란 빨강 이민가방 두 개에 주렁주렁 백팩을 메고
미국 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
주님, 그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