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으로 사라질 만큼 영화는 가치없는 존재가 아니다
'초당 24번의 진실'
그것은 어쩌면 영화가 영어로 'Digital'이 아닌 'Film'인 이유와 같지 않을까?
초당 24번의 진실
이말은 디지털보다 필름일 때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디지털로 촬영하는 사람을 필름메이커라 지칭하는 것 만큼 괴리감이 드는것이 있을까
디지털로 찍은 영화는 필름이라 불릴 자격이 있을까
결국 외장하드에 남게 되는건 필름이 아니라 0과1의 무수한 숫자 조합일 뿐인데
내가 만든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데이터 속 아른거리는 숫자라 생각하면 그 무의미함에 슬퍼진다...
'지금이야 언제든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마음가는대로 찍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워버리지. 이건 그냥 디지털 조각일 뿐이야.'
'와 저도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요.'
언젠가 처음 장만한 8mm카메라에게 가방을 사주려 남포동에 들렀을 때 카메라방 아저씨와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세상에는 폰,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cctv, 블랙박스, 자동차 후방카메라까지 매순간 찰나의 진실들을 기록하려는 렌즈와 센서들로 가득하지만 그것들은 절대 만져지지 않는 0과 1의 숫자로 구성된 무언의 디지털 조각들이라고
내가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의 빛이 필름에 새겨져 현상되었을 때 그것을 내 손 끝의 감각으로 만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영사기의 빛으로 다시 상영되었을 때 좀전의 세상이 스크린에 탄생한다는 것
이것이 고다르가 말한 초당 24번의 진실에 좀 더 어울리지 않을까싶다.
이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의 한 구절이다.
'클릭 한번으로 사라질 만큼 영화는 가치없는 존재가 아니다.'
디지털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초당 24번의 진실
영화가 영어로 Digital이 아닌 Film인 이유가 이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