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알람 없이 눈을 떴다. 커튼 틈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핸드폰엔 아무런 일정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몸은 침대에 누워 있는데 마음은 불편하다.
'이렇게 누워 있어도 되는 걸까?'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나는 지금 쉬고 있는 걸까, 도망치고 있는 걸까.
사실 나는 쉬는 게 더 불안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해야 하는 삶'에 익숙했다. 공부하랴, 준비하랴, 누군가를 앞서가랴. 자유 시간조차 '자기 계발'이 되어야 의미 있고, 여유는 언제나 '남는 시간'으로 취급되곤 했다.
그래서일까.
잠깐의 멈춤에도 죄책감이 따라붙는다.
'나만 이렇게 쉬어도 되나?'
'이 시간에 남들은 얼마나 앞서고 있을까?'
결국...
우리는 쉼조차 불안을 동반한 채 소비하고 만다.
예전에 그런 날이 있었다. 모처럼 주말을 통째로 비웠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 밀린 드라마를 봐도, 낮잠을 자도,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쉬지 못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억지로 책을 폈다. 당연히 집중도 안 되고, 기분도 개운치 않았다. 그때 알았다. 내가 쉬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쉬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나를 인정하지 않았던 거란 걸.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쉬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하면... 정작 내 인생에 내가 없다고 느끼면 어떡하지?"
쉼은 낭비가 아니다. 쉼은 충전이다. 숨을 쉬어야 달릴 수 있다. 의미 있는 무기력도 있어야 한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다시 돌아보게 해 준다.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멈춤 앞에서 이상한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미 있는 쉼'을 연습해야 한다. 작게, 아주 작게 시작하면 된다. 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하루 10분, 핸드폰 끄고 누워 있자.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을 정해보자.
쉬는 중인 자신을 바라보며 '괜찮아'라고 말해주자.
쉬는 연습은 결국, 나를 다그치지 않는 연습이고 스스로에게 자격을 주는 훈련이다. 나는 이제 안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는 말의 무게. 그 말 안에는 "너는 이미 충분해"는 위로가 담겨 있다.
당신에게도 쉼이 있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