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M버거가 제일 맛있다

by 송완주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얻은 최고의 수확은, 갓 나온 더블불고기 버거가 끝내주게 맛있다는 거다.



나는 버거를 정말 좋아한다.

안 좋아하는 음식이 거의 없지만 버거는 그중에서도 정말 많이 먹는 음식이다. 한 끼 식사이기도, 간식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 동네엔 맥도날드 옆에 버거킹, 그 건너편에 KFC가 있었다. 초등학생일 땐 B사를 제외한 M사와 K사를 번갈아가며 갔던 기억이 있다. 버거킹은 비싼 편이라 자주 못 갔었다.


K사가 제일 먼저 없어졌다. B사는 지나갈 때마다 사람이 없었지만 자리를 지켰다.

M사에서 런치타임 런칭했다. B사도 없어졌다. 3사 중 유일하게 남은 건 M사였다.


중고등학생일 때 토요일에 아빠가 주신 만원, 혹은 만 오천 원으로 아빠, 동생, 나까지 3명이 햄버거 세트 각각 먹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한 번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시절. 처음 갔던 곳은 문구점이다. 매장 안이 어수선하고 오래됐다. 화장실이 최악이었다. 싸간 도시락을 제대로 먹지도 않고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대형서점 안의 만년필 매장. 하루 종일 매대 앞에 서있어야 한다. 고객이 많지 않았고, 작은 의자 하나 없는 공간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틀이나 출근했나? 또다시 퇴사.

셋 번째, 마케팅 바이럴 회사.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라고 했다. 댓글을 달아야 하니까. 이런 일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그만두겠다고 담당자에게 말했다. 담당자가 회의실 안에서 점심을 먹던 직원들의 탄식이 들렸다.


며칠 후에 수능이 있었다. 이러다가 알바 자리가 더 없어지겠어! 급하게 일자리를 찾았다.

십여 년을 넘게 셀 수 없이 지나다녔을 맥도날드 공고를 보았다.


지겨워서 집어던진 다이소 이후 구한 내 생애 두 번째 일자리였다.


면접을 봤던 그 자리가 기억난다.

M사에서 나던 특유의 매장 냄새. 갓 튀긴 감자튀김, 패티를 구울 때마다 나는 고기 익는 냄새.

트레이너에게 교육 겸 테스트를 받던 첫날. 1년을 넘게 다녔지만 그 트레이너와는 끝끝내 친해지지 않은 것도.


낯도 오지게 가리고, 일도 못하고, 목소리도 작고. 업무에 꽤 적응하고 나고 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입사 초의 나를 보고 걱정이 많았다고. 그래도 그 이후엔 괜찮아진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처음에 아이스크림 모양을 정말 못 잡았던 것도 기억난다. 처음이라 못 할 수는 있는데, 나는 유난히 더 못했던 거 같다. 매니저와 친하거나 넉살이라도 좋았으면 그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어느 것도 해당하지 못하는 내가 만든 아이스크림은 보기 좋게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주로 오전부터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릴 이모들과 근무시간이 겹치곤 했다. 살면서 그런 인간은 아직도 그 사람 한 명 밖에 못 봤다.

나는 아르바이트생 치고 어린 나이가 아니었는데, 나머지 애들은 십 대 후반이나 이십 대 초반이 대부분이었다.

그 사람은 성질머리가 어찌나 고약한지, 자기보다 한창 어린애들에게 모욕을 주는 말을 서슴지 않았으며 욕설도 내뱉었다.

그때도 별로였지만 돌이켜봐도 뭐 그런 인간이 다 있나 싶다.


그리고 맥도날드 하면 잊을 수 없는 H. H는 내가 좋아하는 인간상이었다.

친절하고, 은근 장난기도 있고,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맥도날드에서 제일 친해진 크루였는데, 둘 다 퇴사 후 2-3번 만나고 인연이 끊겼다.

그렇게 좋아한 사람도 시간이 지나니마음이 이렇게 옅어지기도 하구나 싶어 아쉬웠다. 하지만 분명 H도 맥도날드를 생각하면 나를 떠올리겠지? H는 딱히 맥도날드를 떠올릴 거 같진 않지만.. 어쩌면 살면서 한 번 정도는?


입사 초, 손님 없는 카운터에서 덩그러니 남아 뻘쭘하게 있던 내가 아직도 그려진다.

절대 못 어울릴 거라 생각했던 기존 크루들과도 나름 친해졌던 걸 생각하면 뭐든 시간이 약인 거 같다.

그걸 잊고 항상 새로운 곳에 가면 조급해지곤 한다. 나만 이방인인 그 느낌이 너무 싫다.

항상 생각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그래도 싫다. 어쩔 수 없는 무한 반복.



건물 철거로 없어진, 어렸을 적 생일파티도 했던, 학창 시절 토요일마다 런치 세트로 배 채웠던, 여전히 너무 좋아하는 맥도날드.


내일 점심은 맥도날드로 정해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노동의 기쁨과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