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길어지면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살아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안이 나를 삼키지 않게,
생각이 나를 끝없이 끌고 가지 않게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창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얼굴을 스칠 때마다
“아, 아직 여기 있구나…”
그 작은 사실이
나를 조금은 안심시켰다.
아이 옷을 챙기면서
문득 마음이 저려왔지만
그 사소한 행동들 하나하나가
내가 아직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 같았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웃고,
빨래를 개고, 밥을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인데
그 평범함이
그때의 나에게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아마 그 평범한 하루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불안은 여전히 있었고
두려움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모든 감정들 속에서
나는 아주 작은 결심을 했다.
“두려워하지 말자.”
내일을 생각하면 숨이 막혔고
다음 주를 떠올리면 눈물이 났다.
그래서 나는 하루 단위로 살았다.
아침을 버티고,
점심을 넘기고,
저녁을 보내고…
그렇게 하루를 살아낸 나를
매일 밤 조용히 다독였다.
그 시기에
나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병을 견디는 것도,
기다림을 견디는 것도,
미래를 견디는 것도
결국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힘에서 온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나는 조용히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버팀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이미 내 안에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