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래서 비결이 뭐냐

by 옆집 사람

요즘은 여기저기서 참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몇 달을 애닳아하던 그 사람도 이젠 누군가의 손을 쥐고 있고, 이제는 포기한 것 같아요 하던 그 사람도 '형, 너무 오랜만이라 무서워요.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묻곤 하고, 저기 덤덤하던 그 양반도 '제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며 시작하는 청첩장을 수줍게 건네곤 하는 요즘이다.

봄바람이 살랑여서인지, 날씨가 시도 때도 없이 변덕질이라 그런지. 이런 달가운 소식들이 영 시큰하고 불편하다.

자고로, 멋진 어른이라면 박수 쳐주고 지갑 열어 배춧잎이라도 든든히 봉투에 넣어 주곤 해야 하는데, 생전 해보지도 않고 살던 질투가 너끈히 어른의 책임을 넘어서곤 한다.

그래도 어찌저찌 잘 즈려밟아 그런 감정 일절 감추고, 입꼬리를 한껏 잡아당겨 이야, 축하합니다! 라던지, 드디어 그런 날이 왔네요. 늘 응원합니다. 꼭 잘 지내주세요. 라던지 하며 너스레를 떨곤 하는데, 그러고 나면 영 기진맥진하다.

이리 날 좋고 여기저기 풋내음 가득한 날이면, 이런 시꺼머죽죽한 생각을 뚝뚝 흘리고 다닐 것이 아니라, 손가락 마디마디 꼭 겹쳐 쥐고 골목골목 쏘다니며 나도 그 풋내음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데, 뭐 그리 쉽게 되나.

참도 무거운 발걸음 뽑아 들고 나서는 출근길, 출근~ 하며 시시껄렁한 사진 하나 보내던 아침이,

한 입 씹고 서로 당황스런 눈빛을 교환하며, 여긴 안 되겠다. 하며 퍼뜩 즐겨찾기에서 가게 이름을 찾아 지우며 깔깔거리던 느지막한 점심이,

어둑어둑하고 또 번쩍번쩍한 영화 스크린 앞에 도란도란 앉아, 큰 팝콘 통 하나, 음료 하나 가득 껴앉고 너는 화면을, 나는 네 옆얼굴을 보는 그런 오후가,

또, 둘만의 이야기로 가득하던 그런 밤이 언제 다시 올지.

그놈의 또첩장을 건네받았을 때, 물어볼 걸 그랬다.
야, 그래서 비결이 뭐냐.

keyword
이전 08화새벽 5시 30분의 테인티드 그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