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의 테인티드 그레일

by 옆집 사람

보드게임을 샀다. 큰맘 먹고.
테인티드 그레일 시리즈.


아서왕과 어쩌구, 다크 판타지 저쩌구 하는, 웅장한 대 서사시!

훌륭한 아트워크와 섬세한 디자인!

와!

하는 뭐 그런 게임.

이미 절판된 물건이라 이래저래 부속에 확장에 등등.
하나하나 모으는 데에만 꼬박 한 달을 썼다.
충격적인 가격을 지불한 것은 덤이고.

그리고 얼마 전, 드디어 마지막 부속이 도착하여 그 게임의 포장을 벗기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은 많은 시간을 쏟아 구한만큼, 걸맞는 제법 뿌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잠시간의 감상 시간을 가진 후, 직접 제작한 정리함으로 부속들을 종류별로 모아 정리하고, 천 장에 가까운 카드들을 하나하나 슬리브 씌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도대체 무슨 광명을 누리자고 새벽 5시에 내가 이러고 있나.. 싶었지만, 이미 벌린 판, 마무리는 하자 싶어 끝까지 꾸역꾸역 정리를 마쳤다.

완성된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작은 걱정과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시간과 정성을 들인 친구가 정작 나와 잘 맞지 않으면 어쩌려나.. 싶어.



오늘은 한적한 일요일이다.
할 일 하나 없고 늘어지게 잠이나 자는 그런.

그리고 여전히 테인티드 그레일은 그날의 새벽 5시 30분 상태 그대로 내 침대 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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