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의 통닭

by 옆집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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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아버지는 가끔 기분 좋은 얼굴로 통닭을 사 오시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오늘처럼 아버지가 늘 기분이 좋아 매일 통닭을 사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 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통닭을 사들고 돌아오던 날은 유달리 즐거운 날이 아닌, 유달리 힘든 날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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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회사일이 참 바쁘다.

끼니도 늦춰가며, 퇴근도 늦춰가며, 이리 설치고 저리 설쳐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그렇게 종일 시달리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지친 몸을 겨우 뉘적이며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반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새까만 공간만이 거기에 있을 뿐이다.


그리 바쁘게 울리던 휴대폰도 이럴 때면 귀신같이 한껏 조용하다.


한 잔 하고 가요, 한 마디 툭 던지고는 며칠이나 언제 있을지도 모를 그 한 잔 생각에 잔뜩 신나 있던 우리 팀장도 이래서 그렇게나 신이 났을까.


그림자마저 흐릿한, 어둑하고 적막한 방구석이 참 밉다.


오늘따라 뜨끈한 통닭이 유달리 생각이 난다.

비록 내 아버지와는 아주 무관한, 어디선가 읽었던 남 이야기긴 하지만.


걷기도 힘들 만큼 지친 저녁, 십 여분을 억지로 더 걸어 얻어낸 통닭 한 알을 품에 그득 안고 흐뭇히 걸어오던 당신들의 걸음새가 어찌나 신이 났을지.


나도 내가 사 온 통닭을 양 볼 가득 쑤셔 넣고 즐거이 먹는 네가 보고 싶다. 적막함을 우와! 통닭이다!로 그득 채워줄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


이제는 그만 네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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