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흔적 [여섯번째 이야기]
멕시코의 어느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작은 피리 하나. 처음 본 사람들은 그것이 단순한 장식품이나 악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피리를 불었을 때, 폐허에 울려 퍼진 것은 음악이 아니라 공포 그 자체였다.
이것이 바로 “죽음의 피리(Aztec Death Whistle)”—아즈텍 문명에서 사용되었다고 전해지는 유물이다. 누군가가 이 피리를 불면, 그것은 사람의 절규처럼 들린다. 단순한 울음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내뱉는 비명, 저승으로 끌려가는 듯한 공포의 소리였다.
아즈텍 문명은 잔인하면서도 찬란한 문명이었다. 태양신을 숭배하고, 피의 제물을 바치며, 거대한 피라미드를 세웠다. 전설에 따르면, 이 피리는 전사들이 전장에 나가기 전에 사용한 도구였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피리의 소리가 울리면, 신들이 인간과 함께 싸운다.”
아즈텍 전사들은 싸움에 나가기 전, 죽음의 피리를 불었다. 그 소리는 적군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마치 지옥의 문이 열리는 듯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또한, 이 피리는 희생제 의식에도 사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아즈텍의 제사장들은 사람을 신에게 바칠 때, 그들의 마지막 비명을 본떠 만든 이 피리를 불었다. 희생자의 영혼이 이 피리를 통해 하늘로 올라가고, 신들이 영혼을 받아들인다고 믿었다.
1990년대, 멕시코의 고고학자들은 테오티우아칸 유적지에서 작은 도자기 피리를 발견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그것이 단순한 악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연히 한 연구원이 그것을 불었을 때, 유적지는 순식간에 공포의 장으로 변했다.
그 소리는 인간이 낼 수 없는 비명이었다.
고음과 저음이 뒤섞이며, 마치 수십 명의 사람이 동시에 울부짖는 듯한 소리. 연구팀은 충격을 받았고, 이 피리를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구조가 단순한 바람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목소리와 유사한 주파수를 만들어내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제야 사람들이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심리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무기였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이 피리가 단순한 전쟁 도구가 아니라, 어떤 의식이나 영적인 목적을 가진 물건일 수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아즈텍인들은 죽음을 하나의 새로운 삶으로 여기고, 이 피리를 통해 죽은 자들의 영혼을 신들에게 전달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도 많다.
어떤 이들은 이 피리가 단순한 물리적 소리를 넘어, 인간의 공포를 자극하는 특정한 주파수를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실험 결과, 이 피리를 들은 사람들은 심박 수가 빨라지고, 공황 상태와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이것이 단순한 심리적 효과인지, 아니면 아즈텍인들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공포를 조작하는 기술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일부 민속학자들은 이 피리가 여전히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악령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몇몇 샤먼들이 이 피리를 신성한 의식에서 사용하며, 함부로 불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죽음의 피리’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연구자들에 의해 복제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현대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그것을 직접 불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한다.
“이 소리는 단순한 바람 소리가 아니다. 그 속에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가 단순한 공포의 심리적 효과인지, 아니면 잊힌 시대의 정령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즈텍의 전사들이 이 피리를 불며 전장으로 나섰을 때, 그들은 이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신, 죽음의 피리는 그들의 적들에게 공포를 선물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피리를 부는 순간, 그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