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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판의 숨겨진 진실

체스이야기 (1)

by JINOC

체스판 위의 백색 왕, 역사의 질서인가 우연인가


우리는 체스를 둘 때 자연스럽게 백색이 먼저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규칙이니까,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그러나 체스에서 백색이 선공하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 형성된 인간의 사고방식, 특히 서구 문명이 권력을 바라보는 방식과 깊이 얽혀 있다.


체스의 기원은 기원후 6세기 인도에서 등장한 ‘차투랑가(Chaturanga)’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체스는 색깔보다는 병과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 게임이 페르시아, 이슬람 세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흑과 백이라는 상징적인 색상이 도입되었고, 그것은 유럽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은유가 되었다.


백색과 흑색의 대립은 단순한 게임 규칙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중세 기독교 사회가 구축한 선과 악의 구도였으며, 당시 유럽에서 진행되던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연결되어 있었다. 체스판 위의 백색 왕은 그저 말 한 개가 아니라, 왕권, 종교, 문명, 질서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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