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이야기 (2)
십자군 전쟁과 체스판의 색상
유럽에서 체스가 널리 퍼지던 시기는 바로 십자군 전쟁(1096~1291)과 겹친다. 십자군 전쟁은 기독교 국가들이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해 이슬람 세력과 벌인 전쟁이었다. 이때 유럽인들은 자신들을 ‘백색의 문명’으로, 이슬람 세력을 ‘흑색의 위협’으로 상정했다.
이러한 구도는 체스판에도 반영되었다. 체스에서 백색은 기독교의 질서, 왕권, 정의를 의미했고, 흑색은 이교도, 외부의 혼란, 반역자를 의미했다. 십자군 기사들은 체스를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전쟁과 전략을 훈련하는 도구로 사용했고, 자연스럽게 백색을 ‘선(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기사단 중에서도 독일 기사단(Teutonic Order)은 흰색 망토에 검은 십자가를 새겨, 자신들이 백색의 기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체스판 위의 색상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당시 유럽 기독교 사회의 이념과 깊이 연관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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