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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찌르는 술잔의 진실

인류의 흔적 [다섯번째 이야기]

by JINOC

술잔의 뾰족한 경고


나는 박물관에서 고대 청동 술잔을 처음 봤을 때, 그 모양이 꽤 흥미로웠다. 작은 몸체에 세 개의 다리를 갖추고, 윗부분에는 두 개의 뾰족한 돌기가 솟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술잔이라기보다는 마치 제사나 의식에 쓰이는 신성한 물건처럼 보였다. 그런데 한참을 들여다보던 내게 옆에 있던 사람이 슬며시 말을 건넸다.


“저 뾰족한 부분이 술을 마실 때 눈을 찌를 수도 있대요. 과음을 경고하려고 그렇게 만든 거라네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정말 그럴까? 술잔이 스스로 경고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던 걸까?


박물관에서 나온 뒤에도 그 술잔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술로 인해 몰락한 왕조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술잔에 담긴 역사


중국 역사에서 하(夏) 왕조와 상(商) 왕조는 모두 마지막 왕이 술과 쾌락에 빠져 나라를 망쳤다고 전해진다.


하 왕조의 마지막 왕 **걸왕(桀王)**은 술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궁궐에 술로 가득 찬 연못을 만들고, 나뭇가지에 고기를 걸어두어 끝없는 연회를 벌였다. 이른바 **‘주지육림(酒池肉林)’**이다. 그는 미녀 **말희(妺喜)**와 함께 즐기느라 정치는 내팽개쳤고, 결국 백성들의 원망을 사면서 **은(商) 왕조의 탕왕(湯王)**에게 패배했다.


그런데 역사는 반복된다. 하 왕조를 무너뜨린 **상 왕조의 마지막 왕 주왕(紂王)**도 술과 향락에 빠져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하 왕조의 걸왕처럼 또다시 ‘주지육림’을 만들고 술과 여흥에 빠졌다. 이때 그의 곁에 있던 여인이 바로 **달기(妲己)**다. 그녀는 주왕의 방탕한 생활을 부추겼고, 주왕은 점점 더 잔인한 놀이와 술자리 속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백성들은 등을 돌렸고, 새로운 패자가 등장했다. 바로 **주(周) 무왕(武王)**이었다.


하 왕조도, 상 왕조도 결국 술과 쾌락 속에서 몰락했다. 그러니, 정말 누군가가 경고의 의미로 술잔을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뾰족한 술잔, 경고의 메시지?


고대 중국에서 사용된 술잔, **‘爵(각, jue)’**은 세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어 술을 따뜻하게 데우기 좋았다. 그리고 윗부분에는 뾰족한 돌기 두 개가 나 있다. 이것이 술을 마실 때 눈을 찌를 수도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설이 있다.

정말일까?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그 뾰족한 돌기는 술을 따를 때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설명이다. 게다가 이 술잔은 단순한 음주용이 아니라, 왕과 귀족들이 조상에게 술을 바치는 제사용 도구였다. 즉, 술잔 자체가 술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해석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때때로 물건의 본래 의도와는 별개로, 사람들은 역사적 사건과 연결 지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곤 한다. 하 왕조와 상 왕조의 마지막 왕들이 술로 인해 몰락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 후대 사람들은 **“술잔조차도 경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을지도 모른다.


술잔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박물관에서 본 그 술잔을 떠올려 본다.

정말로 눈을 찌르려는 경고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실용적 설계였을까?

어쩌면 중요한 것은 그 사실 여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술잔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는가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술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왕조의 흥망성쇠를 떠올릴 것이다. 또 누군가는 단순히 고대인의 세련된 디자인 감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나는 이 술잔이 정말로 경고의 의미를 가졌는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술을 너무 탐하면, 결국 그 술잔이 아니라 역사가 우리 눈을 찌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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