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의 컴퓨터

역사의 시크릿코드 [네번째이야기]

바닷속에서 발견된 불가능한 기계

1900년의 어느 날, 에게해(지중해 동부) 한가운데 자리 잡은 그리스의 작은 섬, 안티키티라 근처에서 다이버들이 해저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난파선 잔해 속에서 도자기, 동전, 청동 조각상 같은 전형적인 고대 유물을 건져 올리고 있었지. 그런데 이들 중 일부는 이상한 물체 하나를 발견했다. 녹슬고 부식된 청동 덩어리,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기어와 톱니바퀴가 보이는 정교한 구조물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마 중세 시대쯤 만들어진 시계 장치일 거야.” 하지만 난파선이 기원전 1세기 무렵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학자들은 이 기계가 단순한 물건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기원전 2세기에 이처럼 정교한 기계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학계의 상식을 뒤집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20세기에 걸쳐 연구가 이어졌고, 이 기계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태양, 달, 별들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고도의 천문학적 장치였다. 그리스의 천문학과 기하학이 결합된, 말 그대로 **“고대의 컴퓨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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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들은 정말 이런 기술을 가졌을까?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의문이 생겼다. 이 기계는 당시 기술력으로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수준의 정밀도를 가지고 있었다.

현대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기어들이 서로 맞물려 있으며, 30개 이상의 정밀한 톱니바퀴가 동작하면서 별자리의 위치와 태양·달의 운동을 정확히 계산하는 시스템이었다.

“설마 후대에 만들어진 물건이 난파선 속에 들어간 게 아닐까?”

“아니면 이것이 우연한 자연 현상으로 만들어진 구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X-ray 분석과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 기계는 기원전 2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이 확실했다. 결국, 학자들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 그리스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발전된 공학적 지식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기술은 후대에 전해지지 못하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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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기술의 행방

그렇다면 왜 이런 엄청난 기술이 후대에 전해지지 않고 사라졌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 기계를 제작했던 천재적인 과학자가 있었지만, 그 지식이 전파되지 못한 채 사라졌을 가능성

: 로마 제국이 그리스를 점령하면서 고대 그리스의 정밀 공학 기술이 전승되지 못하고 단절되었을 가능성

: 혹은 단순히 기계를 제작하는 기술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했을 가능성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기술이 유지되었다면 인류의 기술 발전이 수백 년은 앞당겨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유럽에서는 14세기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정밀한 기계 장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즉, 안티키티라 기계 같은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했더라면 르네상스 이전에 이미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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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미래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생각해 보면, 우리 시대의 기술도 2,000년 후에는 “잃어버린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컴퓨터, 인공지능 기술이 먼 미래에는 “전설 속 유물”처럼 여겨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혹은 현대 문명이 사라지고, 다음 세대의 인류가 “21세기의 스마트폰”을 발견하며 이런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와, 21세기 인류는 이런 정밀한 기계를 만들었어? 그런데 이 기술은 왜 전해지지 않고 사라졌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인류의 역사란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발전과 퇴보가 반복되고, 잃어버린 것이 다시 발견되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바로 문명의 흐름 아닐까?

안티키티라 기계는 과거의 유물이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 미래의 모습을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