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눈 속에 속 타는 마른 함성들이 하얗게 파묻혔다. 밥을 끊고, 일상을 멈추고, 맨땅에 몸을 던지고, 무르팍이 닳아도 숙이고 또 숙이고. 때아닌 눈 속에 흥겨운 앳된 함성들도 묻혔다. 손을 높이 들며, 어깨동무하며, 응원 봉을 흔들며, 덩실덩실 뛰어오르며. 한 공간에서 애타게 울부짖는다. 한목소리로 즐겁게 노래 부른다. 무엇인가. 생명의 욕구를, 일상의 평온함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의지는— 고행의 쓰라림을, 집단의 초라함을 애써 뒤집어쓰는 의연함은. 모른 체의 수월함을, 생의 잔재미를 홀연히 무시하는 호기는— 의로운 고단함을, 개인의 나약함을 환희의 순간으로 공유함은.
삼삼오오 꿇어앉은 차가운 땅이 들썩인다. 간절함이 하얀 땅을 파고 또 파내었다. 뜨거움이 하얀 눈을 녹이고 또 녹이었다. 그럼에도 하얗게 젖은 목소리들이 온 땅을 밟으며 사방으로 내달린다. 늙고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맹목적인 야유의 벽을 뚫고서. 고행의 쓰라림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모른 체의 수월함을 쉽게 수긍한 사람들에게, 일상에 젖어 들어 성실함으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맘속에 품은 절망들이 점점 환희로 물드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공간에 왜 들어가 있는지 책망하지 마세요. 그런 황홀한 순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애쓰는 중이니까요.
때아닌 눈 속을 뚫고 뜨거운 한목소리가 힘차게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