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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거기 있어

난 변하지 않을게.

by 해날

항상성 homeostasis.

어떤 자극에도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한다고 한다.

체온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 열을 올려 몸을 36.5도에 가깝게 만들려고 하고, 더운 날씨에 노출되면 물을 마시거나 시원한 바람을 찾아 다시 체온을 내려서 36.5도로 복귀하려고 한다. '항상' 일정한 온도가 되도록 애를 쓰는 것이다. 균형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우리 몸에 이런 성질이 여러 부분에서 작동하는 것을 알았지만, 항상성이 사회적인 부분에서도 작동하는지는 몰랐었다. 뇌에 관한 영상을 보다가 알게 된 것인데 우리 뇌는 '사회적 항상성 Social homeostasis'를 유지하려는 활동을 한다고 한다. 내가 사회적 활동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그것을 채우려고 애쓰고, 넘치면 축소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사람은 사회적 활동을 넓히기 시작하는 나이는 만 2-3세쯤이다. 또래들과 놀이를 하면서 같이 노는 즐거움을 느끼고, 싸우고, 타협을 배우고, 화를 내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한다. 사회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겪는 거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시기에 보면 한 명의 친구하고만 어울리는 아이가 있고, 누구와 놀던 놀이에 집중하는 아이가 있고, 몇몇 친한 친구와 그냥 같은 반 또래를 나누어 반응하는 아이도 있다. 모두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활동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내내 이런 각자의 사회적 활동 스타일이 유지되도록 노력을 하며 산다고 한다. 친구 2-3명만 깊이 사귀는 편인 사람은 계속 그렇게 되도록 친구의 수를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는다. 간혹 어렸을 때는 우르르 몰려다니며 노는 편이었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친한 친구 몇 명과 지내는 것이 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타입이 바뀌었다기보다 실험을 거쳐 자신에게 편한 상태를 찾은 것이라고 한다.


물론 '또래와 교류하는 것'만이 사회성 발달의 전부는 아니다. 이는 사회성의 한 부분일 뿐이고, 큰 틀을 보자면 다른 이들과의 교류, 관계 만들기, 사회적 신호 읽기 등의 대인관계 기술 익히기 등이 있다. 연구는 성인의 데이터만 있기에 이 항상성이 어떤 발달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는 모른다. 노년이 되어서 이 항상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면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앞으로 관련 연구가 늘어나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만, 이 연구를 접하면서 영국에 외로움을 관리하는 장관을 임명한 이유가 이 항상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고립에 있는 사람의 뇌는 마치 낮아진 체온을 올리려는 것처럼 계속해서 결핍이 메우려 할 테니 '춥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몸이 35.5도에 맞춰서 살 수 있는 그런 메커니즘이 아닌 것처럼, 사회적 항상성도 그런 거라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안에서부터 얼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혹시 나 자신도 사회적 항상성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사람들과의 관계에 목매는 모습이 이해가 안 됐다던지, 사회생활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던지, 무수히 많은 모임에 지치면서도 계속 약속을 잡는 내 모습에 화가 났다던지 했다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뇌가 한 일일 수도 있다. 다음에 그런 순간이 또 오면 '니가 나의 건강을 위해 애쓰는구나'하면서 너그럽게 넘어가 보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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