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도 교수님께 조련당하고 말았다.
나는 논문을 작성하면서 유독 지도 교수님 연락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전화, 카톡 등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연락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메일이란 연락 도구는 정말이지 울화통을 터지게 만들었다.
지도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면 즉각 읽으신다. 거의 10분 이내로? 그런데 도통 답장을 안 하신다. 처음에는 내용을 인지하고 계신지 궁금해서 리마인드 메일을 재차 보냈다. 그러면 하루 이틀 정도 후에 ‘아.. 제가 답장을 잊었네요.. 우리 면담은 00일 괜찮으세요?’ 이렇게 예의가 뚝뚝 묻어나는 답장이 온다.
그렇지만 나는 여기서 또 울화통이 터진다. 몇 시에 만나자는 말인가?????
심호흡을 한 후 이렇게 메일을 보낸다. ‘교수님, 그러면 몇 시쯤이 좋으신가요?’라고 말이다. 그러면 또 한참 후 ‘오후 괜찮으세요?’ 이렇게 답장이 온다.
도대체 오후 몇 시란 말인가....?????
이렇게 한두 달 정도 보낸 후, 나는 지도 교수님께 조련당하고 말았다.
일단 메일을 보내고 지도 교수님께서 수신 확인을 하셨으면, 그것에 만족한다. '아, 교수님께서 메일을 읽으셨으니 언젠간 답장을 보내시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맘 편히 내 할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교수님께 메일이 온다. ‘00일에 면담 어떠세요?’
그러면 나는 ‘좋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몇 시인지 물어보지 않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전 날이나 당일이 되었는데도 교수님께서 연락이 없으시다면 그때 연락을 드린다. ‘교수님, 혹시 오늘 면담 가능하신가요? 시간은 언제가 편하실까요?’라고 말이다.
시간은 언제든 상관없다. 이미 하루를 통으로 휴가를 냈기 때문이다.(겸험상 이게 정신건강에 좋더라.) 어차피 휴가 낸 김에 면담이 오후면 오전에 논문을 더 쓰고, 면담이 오전이면 오후에 시간을 여유롭게 쓰면 그만이다.
이렇게 하나둘씩 마음을 내려놓고 지도 교수님께 스며들면 정말 편안하게 논문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나중에는 교수님이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셨는데, 진짜 급박한 일이 아니면 휴대폰으로는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
문자로 실수한 날 딱 하루를 제외하고 말이다.(이 이야기는 다음 회차에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