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는 과거와 미래의 모든 가능성,
일어났을 수도 있고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
영원히 답이 없는 그 질문들에 천착하는 것이
자신이 겪는 고통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리사의 영혼을 서글픈 빛으로 물들였다.
눈물이 차오른 사슴 같은 눈에 흐릿한 모양의 붉은 물체가 보였다.
책상에 올려둔, 생채기가 난 못난이 사과였다.
"너도 나처럼 마음고생 좀 했구나."
아무 말 없는 사과지만 마음이 쓰였다.
리사는 못난이 사과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숨소리조차 안 내는 사과의 운명에 참견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셨는데 사랑을 받지 못해도 사랑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래."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섬광이 번쩍였다.
골똘히 생각하다 말고 그녀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못난이 사과를 버건디 색 치마 주머니에 찔러 넣고.
그녀는 부엌에 가져온 사과를 다져 설탕과 섞고, 약한 불에 끓였다.
방을 감싼 달콤한 향이 리사를 웃음 짓게 했다.
마당에서 햇살 받아 잘 자란 상큼한 레몬도 냄비에 넣었다.
완성된 사과잼을 깨끗하게 닦은 투명한 병들에 나누어 담았다.
뚜껑에 작은 천을 덮어 리본을 묶었더니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리사는 바구니에 병들을
하나씩 정성스레 담아 잊고 있던 이웃들을 찾아갔다.
몇 개월 전, 아름다운 딸을 낳은 옆집 톰슨 부부에게,
마을 신문을 만드는 리처드 아저씨께,
대학을 같이 다녔던 친구 루시에게,
슈퍼마켓 주인 아니타 아주머니께,
마음을 담은 사과잼을 선물했다.
리사의 볼은 분홍색으로 연하게 물들고,
눈은 수만 개의 별을 담은 듯이 영롱하게 반짝였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베란다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기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산들바람에 몸을 맡기며,
우주의 비밀을 전하듯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찾던 건 사랑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