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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고 Jan 07. 2025

엄마가 바르는 보라색 립스틱

엄마는 보라색 립스틱을 줄곧 바르신다. 보라색을 좋아하시기보단, 내가 발색하면 보랏빛이 도는 줄 모르고 사 드린 립스틱을 소중하시다며 어울리지 않는데 버리시지도 못하고 줄 곧 바르고 다니신다. 버리시라고도 차마 못 말할 만큼..


엄마라는 존재가 의미하는 게 무얼까? 사랑스럽고 점점 작아지지만 그래도 귀엽고 소녀 같은 우리 엄마. 엄마에게 더 이상 기댈 수도 응석 부릴 수도 없는 나이의 내가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 눈에는 내가 아이인가 보다. 사랑하는 엄마가 암으로 아프시고, 힘드셔도 나는 나대로 그냥 내 삶을 살았던 지난 한 해였다. 그게 엄마가 바라는 나의 행복이라고 스스로 정의 내렸고, 그게 맞다고 응원해 주셨기에. 일도 그만두지 않고, 사랑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멀리 있는 곳까지 가서 엄마를 두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더욱 내 편하나 없는 것 같은 곳에서 살아갈 자신은 없었다. 자신감 부족일까? 점점 사랑이 어려워진다던 30대 언니들의 먼 훗날의 얘기 같던 이야기가, 이제 정말 몸소 와닿곤 한다. 종이 한 장, 한 끗 차이였던 나이 터울이 그때는 왜 그리고 격세지감스럽게 느껴졌을까? 모르겠다. 아직도 또래가 좋지만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니고, 나이가 어리다고 다 어리숙한 게 아니기에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고 누구에게든 배울 점과 배우지 않을 점을 찾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다시 엄마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엄마는 생각보다 여려 보이지만 단단하고 묵직한 사람이다. 그래서 모녀지간을 떠나 인간으로써 존경한다. 한없이 사랑하고 편하지만 실망시켰다간 마음 돌아설까 봐 두려울 만큼 차가우신 면도 있으신 분이시다. (그래도 작자 한정 무한애정이시다) 엄마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표현하면 또 징그럽다고 그럴까 봐 참는 순간도 많다. 보기보다 낯간지러운 표현도 잘하는 나인데, 엄마에게만큼은 무뚝뚝하니 말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는데, 나만 알기 아까울 만큼 또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 엄마의 인생이야기를 글로 자유로이 펴내볼까? 하다가도 쓰다가 한 글자 한 문장마다 왈칵왈칵 쏟아낼 눈물들이 두려우니, 내 사랑은 엄마에게 가장 진심인 것은 명백하다. 나이가 먹는다고 부모를 떠나서 사는 게 성인답고 성숙하다고 하는 것은 맞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우리를 여기까지 있게 해 주신 부모님에 대한 사랑까지 멀리하진 말자. 다가올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 웨딩마치 한번 못하시고 40년을 사신 우리 부모님께 작은 리마인드 웨딩이라도 꼭 해드리고 싶다. 그것 또한 우리 세 남매만의 방식으로. 동생들아 준비 됐으면 함께하자. 내 동생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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