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코스트코 본사에서 한국을 외치다
미국에 와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일은 단연코 마트 장보기다. 머나먼 타지에서 직장과 가족을 빼면 제대로 된 말동무 하나 없이 지내게 되는 데다 특히 이주 초반에는 생존과 적응을 위해 기초적인 삶을 연명하다 보니 결국 향하게 되는 곳이 마트다. 한국에서는 그토록 쿠팡과 배민이 떠먹여 주던 일들을 이제는 나 스스로 해야만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마트에선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서 가장 큰 마트, 그로서리 체인은 단연 월마트다. '23년 연간 매출액이 우리 돈 1,000조에 육박하였고 점포수도 5,000개가 훌쩍 넘는다. 그 다음이 우리에게도 익숙한 코스트코인데 연매출 300조원 수준이다. 참고로 온라인 리테일러인 아마존의 연간 매출액이 우리 돈으로 500조원 가량되며 코스트코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최강자 월마트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집집마다 자주 가는 마트가 제각각이긴 한데 단연 싸고 질 좋은 곳은 코스트코다. 한국에서도 업계에서 유일하게 선방하고 있는 회사라 최근에는 롯데마트, 홈플러스를 제치고 매출 기준 2위까지 올라섰다고 한다. 코스트코의 상품은 실제로 싸다. 기업의 상품 마진율이 10% 내외라고 하는데 이는 월마트의 20% 보다 -10%p 만큼이나 낮다. 그 만큼 장사치가 덜 남겨 먹는다는 뜻이다. 코스트코 창업자가 직원들한테 상품 마진율 15%를 넘기지 말라고 하였다는데 실제 이 말이 여태까지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통상 3대 거짓말 중 하나로 알고 있는 "남는 거 하나도 없어요"라는 말이 코스트코에서는 어느 정도 팩트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 바로 연회비다. 코스트코의 일반(골드) 회원등급 연회비가 $65, 프리미엄(이그제큐티브) 등급이 $130인데, '24년 연회비 수입이 무려 48억불 어치이고 회사 영업이익의 52%를 차지하였다. 남는 거 없이 싸게 파는 대신 연회비로 손해분을 메꾸고 심지어 이익도 남겼다. 그만큼 고객 충성도에 자신 있다는 것인데, 최근 회원수 증가율을 보면 매년 +7%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회원 재가입률 또한 꾸준하게 90%를 넘기고 있다. 경이롭다.
상품의 용량이 크고, 가짓수도 많지 않아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 역시 박리다매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판매 전략이다. 오히려 특정 상품을 대용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충성 구매를 이끌었는데 실제 회원 등급 중 이그제큐티브 등급 비중이 절반에 가까우며 연회비 매출의 70%를 상회한다. 말 그대로 단가로 승부를 보고야 말았다. 낮은 마진율을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충성 고객들을 확보하였다. 마켓셰어가 늘어나며 생산자에게도 매력적인 채널이 되었으며 결국 이 회사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가격 협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경이롭다.
원래 코스트코는 1983년 시애틀에서 태어났는데 1987년 인근 도시 컬크랜드(자사 브랜드명이 되는 바로 그 도시)로, 1994년부터는 다시 그 옆의 이사콰라는 도시로 본사를 이전하였다. 미국 와서 어찌하다 보니 이 회사 본사가 위치한 동네에 살고 있는데 아무렴 '싸고 질 좋은' 물건들을 찾다 보니 비교적 자주 가고 있다. "마트 가자" = "코스트코 가자"
본사 옆 매장이라 하여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인다. 물건이 좀 더 나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만 있을 뿐. 핫도그 콤보 가격도 다른 매장과 마찬가지로 1.5불이다. 다만 이토록 잘 된다고 하는 미국 마트의 그것도 본사 매장에서 한국 관련된 상품이 보이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춰진다. 얼마나 많은 검증을 거쳐 이곳 매대에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사뭇 경건해진다. 참고로 코스트코의 환불 정책은 다른 대형 마트 대비하여 훨씬 관대하다. 과자를 사서 절반쯤 먹다 이 맛은 좀 아니다 싶으면 바로 가져가면 된다. 특별한 이유를 따져 묻지도 않는다. 그만큼 판매자 입장에서는 검증된(=구매자들이 환불하지 않는)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코스트코의 주가 그래프도 궁금할 것이다. 예상했듯 지난 한 해 안정적으로 우상향 하여 연간 +50% 수준 증가하였고, 12월에는 처음으로 주당 $1,000을 돌파하였다. 월마트(+32%)나 타겟(+11%), 홈디포(+9%) 등 주요 경쟁사들 대비해서도 훌륭한 시장 반응이라 할 수 있겠다. 나스닥 공심 홈페이지에서 보면 현재의 주가수익비율(P/E)이 58배에 달하며 높은 밸류에이션 구간이라고는 하나 현재의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 높은 Profit 증가율, 향후 중국 등 글로벌 시장 개척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지속 우량주식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워런 버핏의 평생 단짝이었던 찰리 멍거는 생전에 "나는 완전히 코스트코에 빠져있다. 절대 지분을 팔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언하였으며 실제 '23년 11월 99세로 그가 사망할 때까지 우리 돈 1,400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노조, 사회공헌 부분 등 여기저기 잡음이 많아도 장사만큼은 참 잘하고 있는 기업임에 분명하다. 이제 42년 된 이 미국 유통 기업이 언제까지 승승장구할지, 향후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나아갈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 [참고] ---
Cost of Goods Sold Margin For Costco Wholesale Corp (C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