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잘 살기...
나에게 익숙한 것은....
우리 집 울타리 너머 넓은 밭이 있다.
그 밭은 파밭이었는데 약 2주 전에 인부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파를 다 뽑아 상자에 넣어 트럭에 싣고서 떠나갔다.
여름 내내 푸르른 청록색의 줄기를 뽐내었었는데....
바람이 불면 통통해진 줄기를 흔들흔들 움직였었는데...
지금 밭에는 파들이 꽉 들어찼었던 공간에 이름 모를 잡풀들이 누렇게 변색된 잎을 흔들흔들거리는데..
밭이 텅 비었다,,,,,는 생각이다.
밭에는 분명 여러 잡풀로 꽉 차있는데...
익숙해졌던 것이 없어져서인가... 밭이 텅-비었다..는 생각이다.
익숙함이 이러한 것인가..
그럼 나한테 익숙한 것이 무엇이지..
집..책상.. 텔레비전..오디오.. 침대.. 면도기..나의 아내..
아주 어렸을 적
비가 흐드러지게 내리는 여름날 오후...
낮잠을 자다가 문득 깨었는데...
엄마가 안 보인다..
몇 번 "엄마,, 엄마... 엄마" 부르다 그냥 울었었다.. 아주 목놓아 울었었다.
엄마는 시장에 갔었으리라..
어렸을 적...
부엌이나 방안이나 마당이나..
어느 곳에
엄마가 있었어야 하는 어릴 적 익숙함이 나를 울게 만들었을 것이다.
내 공간에... 내 옆에... 내가 쳐다보는 곳에.. 내 생각 속에.. 내 슬픔 속에.. 내 행복 속에..
가장 나에게 익숙한 것은....
나의 아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