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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and왕 Jan 06. 2025

내 아내와 잘 살기...

제6편 외로움....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는 잘 지내고 있냐는 인사를 한 후 나에게 “너 외롭지 않냐?” 하며 뜨금 없는 질문을 한다.

“내가 외롭냐고?.. 아니.. 외롭기는...뭐..” 하며 명백한 긍정과 부정을 하지 않고 대답을 했다.

“요새 아이들은 직장 다니고 연애를 하느라 바쁘고.. 아내는 아내대로 나와 상관없는 전화를 하며.. 아내의 일정으로 바쁘고..나만 외톨이 된 것 같아.. 왜 이렇게 외롭지?” 하며 친구가 “외롭다” 는 말을 또 한번하며 전화를 끊는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외롭다” 는 전화를 받고 나는 외로운가? 나는 언제 외로움을 느꼈였지? 하며 자문을 해본다.

나는 외로운가? 또는 내 아내는 외로운가?

나는 언제 외로움을 느꼈을까?

맛있는 안주와 술이 있는데 같이 먹을 동료가 없을 때일까?

정말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는데 같이 갈 동료가 없을 때일까?

내 주위에 아무도 없이 덩그러니 혼자만 놓여 있을 때일까?


그럴때가 있었다.

후드득 후드득 가을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땅바닥에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담과 지붕위로 떨어지며 부딪치는 소리

소리와 소리가 어울려지고 있는데

유독 들려오는 저벅저벅 내 발자국 소리..

어울림 없는 내 소리에 외로움이 느껴졌다.


외로움은 보통 ”혼자 있을 때 적막하고 쓸쓸할 때 느낀다“ 가 주를 이른다

하지만 그럴까

가족과 같이 있어도... 아내와 남편과 같이 있어도...회사에서 동료들과 같이 있을 때도 외로움은 있다.

아니 어찌보면 나와 절절한 인연이 있는 대상들과 있을 때 더욱 크게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해서 또는 원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진 대상들과 행동과 사고의 동질성을 느낄 수 없을 때 허망한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느날인가..

아내가 창밖을 쳐다 보고 있었다.

아내가 한참 동안을 쳐다보고 있길래 무엇을 보고 있나 하며 아내의 눈길을 쫒아 밖을 보았으나 별다른 것이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다.

”뭘 봐?“

”그냥 밖에....“

아내의 얼굴은 슬프거나, 화나거나, 기쁘거나 하는 표정이 없었다.

그냥 무심한 얼굴이다.

아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을 하며 하나둘...떠나갔다.

아내는 떠나간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혼자있으니 편하고 시원하다...시원해..“ 하는 말을 하였다.

그즈음 아내는 창밖을 쳐다보다가 또는 현관문을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문득... 마을 뒷산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메달려 있던 새집이 생각이 난다.

막 부화하여 뽀송뽀송 잔털로 뒤덮힌 새끼 새들.. 그런 새끼 새들에게 정성을 다하여 온갖 곤충을 물어와 먹이며 기르던 어미 새... 어느순간 새끼들이 자라서 제각기 날아간 후 빈 새집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던 새집의 모습...

창밖을... 현관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아내의 모습이 새끼새들을 떠나보내고 둥지를 바라다보는 어미새의 모습처럼 ”외롭다“ 모습이었던 것 같다.


언제였던가...

둥그런 화덕에 돼지 껍데기를 구우면서 소줏잔을 홀짝이던 내모습.. 누군가와 이별을 했다.

화덕 옆으로 빈소주병이 두 개는 누워있고 하나는 서있고... 반쯤 마신 소주병을 잡고 빈 술잔을 채우고 있었던 나의 모습.....

60리터 짜리 배낭속에 텐트, 침낭, 취사도구를 바리바리 집어넣어 짊어지고 지리산 뱀사골을 오르는데 노르스름과 붉으스름이 어울려지게 단풍이 들고 두어군데 벌레먹은 자리인지 검은점이 있는 잎사귀 하나가 눈앞으로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앙상한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속살 사이사이를 파고 드는 바람소리만이 들리는 하늘이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 서있는 나....

언제가 느꼈던 나의 ”외로움“이었다.


현재를... 오늘을... 숨쉬며 살고 있는 나는 외롭지가 않다.

재미있는 연속극을 보며 같이 히히덕거리는 아내가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아내가 있으며, 여행을 동반할 수 있는 아내가 있고, 무엇보다 주중에는 열심히 일을하고 아내와 같이 하는 주말이 즐거운 나는 외롭지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앞전에 앞전에 있었던.. 느꼈었던 외로움이 찾아오면 나는 오랜시간 동안 잊었던 ”외로움“을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

문득 ”외로움“을 생각하며 나는 ”외로움“을 잊어버렸었구나...한다.

내 인생의 9할을 차지하며 같이 살고 있는 아내에게... 외로움을 잊고 살게 해주는 아내에게... 부부로서 같이 살아가는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해주는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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