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따사로운 봄볕이 창문을 뚫고 서재의 책상 위로 비추는 이 계절. 이제는 정말 겨울이라는 말쯤은 장롱 속에 넣어두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속에 불어오는 봄바람으로 거실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일주일만에 페달을 발을 올렸다.

오늘의 영상은 브라이언P. 모런의 <위대한 12주>라는 책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 책은 많은 운동선수들이 1년단위의 계획이 아닌 12주 단위로 계획이나 목표를 세웠더니 더 빨리 성과를 냈다는 연구결과를 제안하며 우리의 일상 목표도 12주의 개념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오늘 이 영상을 보며 나를 멈춰 세운 문장은 다음과 같고 그 속에서 난 ‘기한’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이걸 반드시 기억하자.

‘기한’ 만큼 강력한 동기부여는 없다.

기한이 곧 행동을 바꾼다.

이 순간부터 짧은 기한을 설정해 몰입한다면

연말에만 등장하던 ‘성공의 드라마’를

매달, 매주, 심지어 매일 써 내려갈 수 있다.


그렇다면 ‘기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바로 ‘주기화’개념이 그 해법이다.”


하와이 대저택 제공


기한.

나는 한때 '정시병'이라 불리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일종의 시작 강박이다. 꼭 월요일부터, 새 달의 1일부터, 새해 1월 1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작은 목표든 큰 계획이든 정각에, 정시에, 정해진 날에 맞춰야만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을 미루기 위한 정당화였고 완벽주의라는 이름 아래에 숨어 있는 두려움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기한은 동기부여의 도구이지만 동시에 기만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다음 주부터'라는 기한 설정은 그 사이의 시간들을 무의미한 대기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목표를 향한 행동은 기한 이전으로 미뤄지고 그렇게 나는 수많은 '다음 주'와 '다음 달' 속에서 현재를 소모하며 살아온 셈이다.


과거의 나는 기한을 ‘기다림의 언어’로만 썼다. 언제 시작할까를 고민하며 그 사이 나는 준비라는 이름으로 멈춰 있었다.


내가 정시병이라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는 ‘기한’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받아들이면서였다. 그것은 단순한 마감 날짜가 아니라 몰입의 구간이자 의미 있는 시간의 경계였다.


이제 나는 기한을 ‘몰입의 언어’로 다시 쓴다. 주어진 기한 안에 내가 집중해야 할 이유를 만든다.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그 안에 리듬과 긴장을 부여한다. 그렇게 살아 있는 시간으로 내 일상을 재구성하게 된다.


저자가 말한 '주기화'는 그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목표는 항상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될 수 있어야 한다.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부터, 1일이 아닌 17일부터도 가능해야 한다.


시간은 물리적인 단위이면서도 심리적인 구조다. 우리가 어떻게 시간의 구조를 짜느냐에 따라 삶의 밀도는 달라진다.


12주라는 주기는 길지도 짧지도 않다. 한 해의 4분의 1. 그 안에 저자가 말하는 하나의 작은 성공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성취는 긴 호흡보다 짧은 집중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마라톤처럼 보이던 삶의 목표도 12주 단위로 쪼개고 나면 달리기보다 걷기에 가까워진다.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기한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훌륭한 동기부여 수단이지만, 때때로 가장 교묘한 미루기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다음 주부터 시작해야지”라는 말은 얼핏 계획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전까지의 시간은 별 의미 없는 대기 상태로 밀려나 버린다.


그렇게 나는 월요일이 오기만을 바라보다가 한 달을 날려보내고 새해를 기다리다 한 해를 통째로 흘려보낸 적도 있다.


지금 당장 손을 대면 되는 일들을 괜히 멀리 밀어두며 마음속에서는 이상하게도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만 반복된다.


그래서 나폴레온 힐의 이 말은 내게 늘 경고처럼 다가온다.

“행동은 모든 성공의 기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느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들을 한 번도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이 가장 빠른 시간이라는 사실.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고 산다.


기한을 잘 설정한다는 것은 자기 삶에 ‘집중의 틀’을 만드는 일이다. 기한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마감이 아니라 내 안에서 설정하는 에너지의 흐름이다. 그래서 기한을 짧게 쪼갤수록 삶은 즉각 반응한다.


이제 나는 의미 있는 시점이 아니라 가능한 시점에서 시작하려 한다. 그것은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순간을 포용하는 자세다.


우리는 기한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어떤 일을 끝내야 하는 ‘마감’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나는 이제 기한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한은 오히려 무언가를 ‘시작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날까지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 그날부터 본격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각오가 더 중요하다.


12주라는 주기는 그런 의미에서 나를 다시 훈련시키는 장치다. 기한은 긴장의 선이 아니라 몰입의 출발선이다. 목표를 세우고 나면 그 기한은 결과를 위한 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 내 삶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모아주는 시작점이 된다.


그렇게 보면 기한은 나를 다그치는 마감이 아니라 나를 일으켜 세우는 신호탄에 가깝다. 나는 이제 기한을 설정할 때 어디까지 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오늘 ‘기한’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기한은 과정의 끝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을 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