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어느덧 5월의 마지막주 날씨는 여름날의 하루를 대변하듯 창너머의 빛이 서재의 유리는 찌르는 듯한 따가움이 느껴지는 강한 햇빛이었다.


이번주도 되도록이면 운동의 횟수를 조절해서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운동이 예정된 시간 의자에 앉아 한권의 책을 눈과 귀에 담는다.


오늘 영상은 마쓰다 미쓰히로의 <청소력>이라는 책의 내용이었고, 오늘은 저자와 직접 인터뷰를 하는 영상이었다.


인터뷰에서 저자가 책 속의 내용 중 저자가 청소일을 했을 때 각층에 현관은 똑같지만 청소를 하려고 들어가면 집안의 상태는 모두가 다르다는 말을 하며 이야기한 다음 인터뷰 내용에 대해 난 생각했다.


‘당신의 방이 당신 자신이다’라는 말이 거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내 마음의 상태가 방에 반영되어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청소를 하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마음이 변하는 게 보입니다.”하와이 대저택 제공



청소.

익숙한 말 같기도 하고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청소’라는 단어. 이 단어는 정말로 ‘버리는 일’일까? 아니면 ‘정리하는 일’일까? 그동안 나는 청소를 하나의 단순한 ‘행위’로만 여겨왔던 것 같다.


무언가를 치우고, 정리하고, 쓸고 닦는 일. 그러나 오늘 그 말 한마디는 내가 그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청소를 끝내고 나면 항상 드는 감정이 있다. 바로 ‘깨끗함’. 말끔하고 산뜻하고 조금은 후련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감정은 단지 물리적인 먼지나 더러움이 사라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 머릿속과 마음속의 어떤 복잡한 감정이 함께 덜어진 듯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때의 감정을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청소는 몸을 움직이지만, 결국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다.


청소를 한다는 것은 결국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무작정 버린다고 깨끗해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 하면 필요한 것까지 사라진다. 결국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이건 삶의 방식과도 닮아 있다. 인생도 그렇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기 위해선 무엇이 나에게 필요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게 먼저다.


이 기준 세우기의 감각은 비단 물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문득 인간관계에서도 이와 똑같은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소는 비단 자신의 감정과 일상에만 국한되는 행위가 아니다. 나는 종종 인간관계에서도 청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지치게 만드는 사람들.


나의 집중을 흐리게 하거나 나의 목표를 방해하는 관계들.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고 지금 이 시점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관계인가를 스스로 묻는 일. 그것이 곧 인간관계의 청소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끊는다는 말을 거칠고 비정한 행위로 받아들이지만, 실은 그것은 버림이 아니라 정리다.


물건을 정리할 때처럼, 지금 당장 우선순위에서 멀어진 관계는 잠시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언젠가 다시 꺼내볼 수도 있고, 혹은 영영 꺼내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집중’을 위해 주변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청소란 결국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남겨야 할 것에 대한 정확한 선택이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의 청소야말로 삶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자 동시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깔끔한 방처럼 단정하고 평온한 인간관계의 구조 역시 나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청소력’이라는 말은 단순한 정리정돈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회복하는 훈련이다. 청소는 결국 선택이다. 남길 것과 버릴 것. 그리고 그 사이의 망설임.


누군가는 청소를 끝없는 반복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점점 그것을 ‘반복되는 갱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매번 청소할 때마다 나는 나의 기준을 다시 정비하고 한 뼘 더 자신을 알아간다. 옷장을 열고 오래된 옷을 꺼내는 행위가 지나간 나의 판단과 기준을 되짚는 일이 되기도 한다.


책상 위를 정리하면서는 지금 내 안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책상 위가 복잡한 날은 내 마음도 어지럽다. 청소는 내면의 거울이다.


가끔은 청소를 미루고 싶을 때가 있다. 마음도 몸도 지쳐 있을 때. 그럴 때일수록 더더욱 작은 청소라도 시작해야 한다. 물건을 치우는 일은 마음을 움직이는 첫 걸음이 된다.


바깥을 정돈함으로써 안쪽의 혼란이 진정되는 경험. 우리는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방을 치우듯, 주기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들이고 또 쌓고, 결국 다시 덜어낸다. 그 안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된다.


청소는 삶의 호흡을 정돈하고 나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현재의 내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를 묻는다.


깨끗한 방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조금 더 정직해진다. 조금 더 차분해지고, 조금 더 단순해진다. 마음의 불필요한 말들이 줄어들고 중요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삶도 청소가 필요하다. 물건을 치우듯 감정도 정리하고 인간관계도 정돈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버릴지보다 무엇을 남길지를 아는 일이다. 매일 잠깐의 시간을 들여 내 안과 내 바깥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인생의 청소이고, 가장 조용하지만 강력한 자기 돌봄의 방식이다.


나는 오늘 ‘청소’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청소는 버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선별의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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