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은 즐기라고 하는 것
저는 사진에 관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글 내용 중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저의 주관적인 생각과 의견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특정 주제에 관해서는 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내가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아울러 잘 찍었다는 칭찬이 듣고 싶어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러한 소소한 욕망은 사진을 시작 한 초기에는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훌륭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열심히 멋진 장소를 찾아다니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나름의 철학과 의도를 가진 사진을 제삼자가 기분 좋게 봐준다면 이것 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여러 사진 커뮤니티에 가입해 오프라인 출사 모임도 열심히 다니고 다른 사람들과 사진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또 내 것으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 가끔 내가 찍은 사진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이라도 받게 되면 기분이 정말 좋았다!
주말이 되면 나는 새로운 촬영장소를 찾아 먼 거리를 마다하고 멋진 풍경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찍어 온 사진을 정성 들여 보정을 한 후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리고 틈만 나면 내 사진에 좋아요가 몇 개가 달렸는지, 사진이 멋지다는 댓글은 또 달렸는지 확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풍경사진은 그렇다.
멋진 풍경은 주로 시외에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위치에 있으며, 같은 장소라도 날씨와 빛의 조건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고, 주로 일출 일몰 전후에 빛이 부드럽게 드리우는 최적의 시간대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매력적인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먼 길을 떠나거나 새벽같이 이동을 하고 해당 장소에 또 도착하면 나름 최적의 구도를 찾기 위해 포인트도 탐색해야 하는 등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금전적인 비용도 동반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받쳐주지 않거나 미처 생각지 못한 변수들로 인해 원했던 결과물을 얻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한 노력 끝에 멋진 사진을 한 장 얻게 되면 어찌 칭찬을 바라지 않을 수 있으랴.
내 사진에 달린 좋아요와 감상평은은 진정으로 내가 사진을 찍는 원초적인 이유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진정 다른 사람의 좋아요와 칭찬을 받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인가?
등산을 한다거나, 야밤에 산을 내려온다거나..
힘들게 촬영해 얻어낸 사진일수록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이 더 좋다.
사진을 오래 찍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이란 것이 생기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만의 색깔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색깔은 처음에는 신선한 것이고 매력적이지만 오랜 시간 계속 보다 보면 식상해진다.
새로운 장면의 새로운 사진이라도 한 사람의 사진에는 그 사람의 색깔이 녹아들어 그 사람의 사진을 오래 봐 온사람은 새로운 장면의 사진이라도 그 사진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때쯤 되면 그 사람은 그 커뮤니티에서 고인 물이 되어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거나, 아니면 고인 물 들끼리 서로 의무적으로 좋아요 해 주며 무의미한 사진생활을 지속해 나 갈 것이다.
내가 원하던 사진생활은 이런 게 아니다.
거창하게 내가 사진작가가 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 자신을 계속 성장시켜 가야 할 이유는 없지만 나는 오래도록(어쩌면 평생 동안) 취미생활로 하고 싶기 때문에 적어도 나에겐 지치지 않을 원동력 같은 게 필요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 아닌,
좋아요 수에 집착하지 않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내 앨범에 담고 기록하고 싶을 뿐이었다.
내가 몸담고 활동했던 커뮤니티들은 이러한 방향을 지속하기에는 유혹들이 너무도 많았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들의 특성인 좋아요/인기글 시스템이 나로 하여금 집착을 하게 하고,
멋진 사진을 꼭 담아야만 하는 압박을 떨칠 수 없게 하였으며.
사진을 보정하는 방법에도 내 나름의 방식은 온데간데없고 자극적인 보정 트렌트를 쫒게 되는 등 내 사진생활의 근본적인 목적을 잃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사진을 찍는 모든 과정을 즐기고 그 과정을 함께한 장소를 기억하고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닌 그 사진에 얽혀있는 장소와 여정, 추억과 느낌에 집중하고 싶었다.
나는 사진이라는 결과물 자체보다는 그 과정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고 그래서 더욱 풍경사진이 좋았던 것이었다.
남들의 평가와 좋아요는 당연히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은 더 이상 나의 주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그러한 이유들로 나는 점점 커뮤니티와 멀어졌고, 이제는 동떨어진 나만의 세상에서 사진생활을 즐기고 있다.
취미로 하는 건데 굳이 이런저런 이유들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목적지가 아니어도 좋다,
오고 가는 길목에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언제든 차를 멈추고 셔터를 누를 수 있도록
이러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말마다 꼭 사진을 찍으러 어딘가를 반드시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찍으러 갔으면 반드시 멋진 사진을 담아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커뮤니티들을 떠나면서 나의 사진생활에는 자유와 여유가 생겼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 열정이 식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커뮤니티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일에 얽매여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커뮤니티를 하는 방법도 다르고 사진에 대해 접근하는 깊이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나의 얘기는 그저 나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일 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오해가 없길 바란다.
취미는 취미일 뿐 스트레스가 시작되면 그것은 더 이상 취미가 아니다.